“자식보다 은행 더 믿었는데” 홍콩 ELS 추락에 커지는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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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는 성토가 나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 조차 ELS는 손실이 나지 않는다는 안전불감증이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은행 역시도 저위험 상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 있게 판매했던 것" 이라면서 "고난도 위험상품의 은행 판매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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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노인이 투자성향 ‘공격투자형’으로
정기예금 가입하려 했는데…“원금손실 없다” 권유
“다른 곳도 아니고 은행서 왜 위험상품을”
# A씨 아버지는 홍콩 ELS 가입 당시 94세였다. 보청기 착용을 한데다 인지장애까지 있었다. A씨는 “아버지는 자식보다 더 믿었던 은행원이 시키는 대로 서류를 작성했다. 아버지 투자성향은 제일 높은 등급인 ‘공격투자형’으로 바뀌었다”며 “아버지는 평생 한 은행만 이용한 충성 고객이었다. 내일 모레 100세인 노인 등에 칼을 꽂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은행에서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는 성토가 나왔다. 판매사가 위험성 고지 없이 금융상품 이해도가 낮은 일반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고 손실을 떠넘긴다는 비판이다. 은행법 제1조에서 명시한 은행의 목적인 ‘예금자를 보호하고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와도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 주최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 과제와 대안(ELS 사태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금융정의연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가 공동 개최했다. 이날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 모임’ 대표를 비롯해 가입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장소가 협소해 토론회 장소를 옮긴 후에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은행 15조9000억원, 증권 3조4000억원 규모다. 투자자별로는 개인 17조4000억원(91.4%), 법인 1조6000억원(8.6%)이다.
가입자들은 ‘은행은 증권사처럼 위험한 상품을 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 화근이 됐다고 토로했다. 정기예금 가입하려 방문했다가, 은행이 대체상품으로 ELS를 권유해 원금손실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홈쇼핑 광고처럼 상품 소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전화한 당일 은행에 찾게 해 가입 시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밖에도 △추가 가입을 위해 은행 직원이 생명보험 해지를 권장하고, 대리로 해지 문의 △관련 서류를 판매사가 미리 작성해 놓고 서명만 하도록 해 1분만에 가입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피해 사례도 나왔다.
금융당국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질책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금감원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판매사 상품 판매절차를 평가하는 것)을 지난 5년 동안 단 한 차례밖에 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참여연대 신동화 선임간사는 “이번 사태 본질은 판매사가 정보를 덜 제공한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정보를 왜곡해 제공한 것”이라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금융당국은 다시는 대규모 금융피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비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은행의 이익추구를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된 홍콩 ELS 확정 손실액은 현재 2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상반기 1만2000포인트까지 올랐던 H지수는 전일 장중 심리적 마지노선인 5000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홍콩 ELS 판매잔액 19.3조원 중 15.4조원(79.6%)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H지수가 현 추세를 유지할 경우 상반기 손실 규모가 기존 예상치보다 많은 6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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