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적인 탈락" 중국축구 기적은 없었다…사상 첫 '무득점 탈락' 확정 [아시안컵]

김명석 2024. 1.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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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4905="">17일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레바논과 중국의 경기. 중국 우레이가 골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yonhap>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카타르와 중국의 경기. 카타르에게 선취골을 빼앗긴 중국 선수들이 벤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기적은 없었다. 중국 축구대표팀이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무득점 탈락이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현지에선 “치욕적인 탈락”이라며 중국 대표팀을 향한 거센 비난을 이어가는 중이다.

중국은 23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시리아가 인도를 1-0으로 제압하면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중국의 이번 대회 성적은 2무 1패(승점 2), 무득점·1실점이다.

중국은 전날 열린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카타르에 0-1로 패배, 무승·무득점이라는 초라한 기록 속에 조별리그를 마쳤다. 카타르(승점 6) 타지키스탄(승점 4)에 이어 조 3위. 16강 직행이 무산된 가운데 중국은 6개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에 주어지는 실낱같은 16강 진출을 노렸으나, 기적을 위해 이뤄져야 했을 세 가지 조건 가운데 첫 번째 조건부터 무너지면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중국이 극적으로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시리아와 인도가 0-0으로 비기고, 시리아가 2장 이상의 경고를 받아야 했다. 또 이어 열리는 경기에서 팔레스타인과 홍콩이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조건까지 충족해야 16강에 오를 수 있었는데, 시리아가 후반 31분 인도의 골망을 흔들면서 기적 같은 16강 진출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뿐만 아니라 6개 조 3위 팀들 가운데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에도 16강 진출권이 돌아간다. 중국은 아직 한 경기 덜 치른 인도네시아(D조) 바레인(E조·이상 승점3)뿐만 아니라 이날 승리한 시리아(승점 4)에도 순위가 뒤처졌다. 여기에 F조 오만(승점 1)과 키르기스스탄(승점 0)의 최종전 맞대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두 팀 모두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중국은 6개 조 3위 팀들 가운데 상위 4개 팀 안에 들지 못해 탈락이 확정됐다.

중국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지난 2011년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개최지 역시 카타르였다. 2015년과 2019년 대회 땐 연속 8강에 올랐으나 이번 대회에선 조별리그 관문도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 1976년 대회(1무 1패) 이후 무려 48년 만에 조별리그 무승 기록은 물론, 그해 아시안컵에 처음 참가한 이래 역대 처음으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대회를 마치는 수모를 겪었다.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카타르와 중국의 경기. 카타르 하산 알 하이도스이 선취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yonhap photo-5339="">17일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레바논과 중국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중국 선수들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yonhap>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79위인 중국은 앞서 106위 타지키스탄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긴 데 이어 107위 레바논과 2차전마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대회 전만 하더라도 최약체로 구분됐던 타지키스탄전에선 오히려 슈팅 수에서 크게 열세에 몰렸고, 레바논전에선 결정적인 득점 기회들을 살리지 못하는 최악의 골 결정력에 울었다.

2경기 연속 무득점·무승부에 그친 중국은 일찌감치 2연승을 달리며 16강과 조 1위까지 확정한 카타르를 상대로 마지막 반전을 노렸다. 카타르를 이기면 자력으로 조 2위 16강 진출이 가능했던 상황. 무리할 필요가 없었던 카타르는 알모에즈 알리, 아크람 아피프 등 핵심 선수들을 빼는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카타르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오히려 일격을 맞고 0-1로 패배,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

조 3위를 통한 16강 진출 가능성은 그야말로 희박했다. 중국 현지에선 빅데이터를 통해 산출한 중국의 16강 확률을 0.52%로 내다봤고, 축구 통계 업체 옵타 역시 1.2%로 전망했다. 시리아와 인도의 무득점 무승부에 시리아의 경고 조건, 타지키스탄과 홍콩의 무승부 조건이 모두 이뤄질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았던 탓이다.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중국 대표팀은 기적을 기대하기보다 사실상 탈락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라도 하듯 다음날 예정됐던 훈련까지 취소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중국 대표팀이 언제 중국으로 돌아갈 것인지는 희망이 언제 무너지느냐에 달렸다”고 했는데, 시리아가 인도 골망을 흔드는 순간 그 희망이 무너졌다.

중국의 탈락이 확정된 순간 중국 현지에선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 소후닷컴은 “기적은 없었다. 오히려 2무 1패의 성적으로 16강 토너먼트를 바랐다면 불합리한 일이었을 것”이라며 “치욕적인 탈락이다. 그저 무승에만 그쳤다면 팬들은 이 정도로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타지키스탄, 레바논을 상대로도 한 골도 못 넣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탈락이 확정되자 중국 대표팀 선수들은 전날 늦은 밤 곧바로 짐을 싸 귀국길에 올라 24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해산할 예정이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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