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스타] 王으로 돌아온 조정석, 양파같은 매력
강주희 2024. 1. 24. 06:00
배우 조정석이 tvN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이하 ‘세작’)을 통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세작’은 몸은 높은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비천한 임금 이인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세작(첩자)이 된 여인의 잔혹한 운명을 그린 이야기.
조정석은 극 중 임금의 숙명을 타고난 진한대군 ‘이인’ 역을 맡았다. 그동안 코믹하고 재기 넘치는 연기를 잘한다는 평을 받아온 조정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위엄하고 진중한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난 21일 첫 방송된 ‘세작’은 4%대 시청률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뮤지컬신에서 활약했던 조정석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서였다. 당시 조정석은 주인공 ‘승민’(이제훈)의 절친 납뜩이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뽐냈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에도 영화 ‘엑시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질투의 화신’ 등에 출연하면서 주로 선하고 친숙하고 코믹한 배역을 맡아왔다. 그런 편안함이 조정석의 트레이드 마크기도 했다.
그러나 ‘세작’에서 조정석은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2화까지 방송된 드라마에서 그는 임금이자 형인 이선(최대훈)을 향한 깊고 굳은 충심을 보여주면서 진중한 모습을 선보이는 한편 ‘천재 내기 바둑꾼’으로 변장한 강희수(신세경)에게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따뜻한 ‘츤데레’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이제는 ‘코믹 연기 장인’이 아닌 ‘멜로 연기 장인’으로 불려도 낯설지 않을 이미지 변신이다.
사실 조정석이 심오하고 진중한 캐릭터를 맡아온 것이 처음은 아니다. ‘건축학개론’이 개봉했던 그 해에 조정석은 이미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국왕과 공주를 지키는 충신 은시경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낸 바 있다. 당시 ‘건축학개론’과 ‘더킹 투하츠’를 모두 본 이들은 납뜩이와 은시경을 연기한 배우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조정석의 연기 변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조정석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트렌스젠더 로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할 예정이다. ‘헤드윅’은 한국에서만 14번째 시즌을 맞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스테디 뮤지컬로, 조정석의 참여는 이번이 5번째다. ‘헤드윅’에서 조정석은 화려한 분장과 펑키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면서 영화·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고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한 영화 ‘행복의 나라’에선 나라를 뒤흔든 사건에 휘말린 사람을 구하려는 변호사 역할을 맡아 한층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납뜩이 이미지가 강해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정석은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많이 해왔다. ‘녹두꽃’에서는 또다른 진지함을 보여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의 캐릭터도 코믹으로만 소비되긴 어려운 캐릭터”라고 평가했다.이어 “조정석의 코믹에는 웃음만 있지 않고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찌질함 또는 페이소스가 있다”며 “조정석의 그런 매력이 새로운 모습과 더해질 때 대중에게 한층 더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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