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점도 닫는다...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 '점포 다이어트'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75)씨는 지난달 SBI저축은행에서 보낸 문자메시지에 황당했다. SBI저축은행 전주지점은 1월 말 영업을 접고, 전라남도 광주지점에 통합ㆍ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5년간 이용하던 점포가 사라진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그렇다고 (버스로) 두시간 거리의 광주지점까지 갈 순 없어서 4000만원 묻어둔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했다”고 토로했다.
업계 자산규모 1위의 SBI저축은행은 이달 말 전주 뿐 아니라 서울 강남지점도 문을 닫는다. SBI저축은행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3년여 사이 저축은행 점포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본점을 비롯해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점포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80곳이다. 300곳 이상을 넘겼던 2020년 12월 말(304곳)과 비교하면 24곳이 사라졌다.
이유는 두 가지다. 최근 저축은행도 시중은행처럼 금융서비스 디지털화 추세에 맞춰 비대면 영업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특히 그동안 무리한 고금리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점포 다이어트’가 필요한 영향도 크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곳 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 1413억원(누적기준)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다. 분기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4년 6월 이후 9년여 만이다.
이뿐이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들썩거리는 점도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는 이유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년 말 1.19% 수준이었던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5.56%로 뛰었다.
익명을 요구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둘러싼 영업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부실채권도 팔고 지점 수를 줄이는 등 허리를 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금융당국의 지점설치 규제 완화가 뒷북 조치라는 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신규 지점을 낼 수 있었던 제도가 이달 19일부터 ‘신고제’로 변경됐다. 또 다른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출점 문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점포 줄이는 등 비용을 아끼는 상황이라 규제 완화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점포가 빠르게 줄면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가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70대 이상 노년층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점 방문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95.3%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디지털 취약 계층ㆍ지역에 적정한 은행 점포 수를 유지하기 위해선 복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화 추세에 따라 (비용 효율적인 측면에서) 점차 은행의 점포 수는 줄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 제재하기보다) 디지털 취약계층이나 산간지역에 은행 점포 수를 유지할 땐 오히려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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