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목소리' 사라졌다…한동훈이 여론전 앞선 이유, 넷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충돌 국면에서 과거 대통령실의 돌격대를 자처하던 친윤계 의원이 실종됐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했던 이용 의원은 지난 21일 국민의힘 의원들 단체방에 ‘윤 대통령, 한 위원장 지지 철회’ 기사를 올렸다. 하지만 “이간질은 해당 행위”(하태경 의원), “한동훈 비대위로 가야 한다”(태영호 의원) 등 반발만 초래했다.
이같은 기류 변화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수직적 당정관계에 따른 누적된 불만 등이 친윤계의 동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①구심점 약화
친윤계는 당내 갈등 국면마다 집단행동에 나섰다. 초선 의원 50명은 지난해 1월 중순 3·8 전당대회의 유력 당 대표 후보이던 나경원 전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을 흔들고 당내 분란을 야기해서 안 된다’라는 연판장을 돌리며 나 전 의원 불출마를 종용했다. 지난달 김기현 전 대표 사퇴 국면에선 친윤계 초선 15명이 의원 단체방에서 김 전 대표 사퇴를 압박한 중진 의원을 향해 “진짜 X맨”(강민국 의원), “자살 특공대”(최춘식 의원)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친윤계의 구심점은 약해졌다. 지난달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2선으로 물러났다. 원조 친윤인 권성동·윤한홍 의원은 윤 대통령과 멀어진 지 오래됐다는 평가다. 전직 사무총장이자 인재영입위원장·공관위원인 이철규 의원이 신친윤계로 꼽히지만 계파 리더보다는 윤 대통령과 당 사이의 메신저 역할에 주력한다는 평가다.
②용산 출신과 경쟁하는 TK
윤 대통령의 지지세가 높은 대구·경북(TK) 의원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충돌 국면에서 단일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자칫 ‘용산 사람들’과 맞붙어야 할지 모르는 현재 당내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지난 21일 “최근 정국 상황과 관련해 고견을 듣겠다”며 경북 지역구 의원을 상대로 긴급회동을 공지했으나 바로 다음 날 취소했다. 한 경북 지역 의원은 “구미와 영주, 상주 등에서 대통령실·내각 출신과 경쟁 중인 현역 의원 중 일부는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③‘당정 분리’ 반기는 수도권
수도권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과 예비 후보들 사이에서는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의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수도권에선 이번 충돌을 계기로 수직적 당정관계를 깰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에선 64%가, 인천·경기에선 70%가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잘못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도권의 한 의원은 “차라리 잘 됐다.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벗으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④‘미래 권력’ vs ‘현재 권력’
총선 이후 정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에게 이번 선거는 마지막 공천 기회다. 반면 한 위원장에겐 이번 총선이 ‘미래 권력’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현역 의원 입장에선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한 위원장과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 재선 의원은 “현역이든 예비후보든 결국 득표에 도움이 되는 인물을 좇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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