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세에 '적과의 동침'...삼성TV에 LG패널 쓴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 2021년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접으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유일의 TV용 LCD 제조공장이 된 이곳 생산라인에 연초부터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LCD 생산량이 80%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광저우 공장에서 만들어진 LCD 패널은 전 세계 TV시장 점유율(판매액 기준) 1·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LG의 주력 제품에 나란히 쓰인다.
TV 시장을 두고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였던 ‘영원한 맞수’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동맹이 올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계속된 TV시장의 침체와 중국의 거센 도전에 맞서 삼성 TV에 LG 패널을 탑재하는 식으로 공동 전선을 펴는 사례가 늘고 있다.
OLED·LCD 모두 손잡았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올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에서 생산되는 LCD 패널의 상당수는 삼성전자가 가져간다. 삼성전자의 주력 TV 라인업인 QLED TV는 기본적으로 LCD에 퀀텀닷(양자점) 필름을 더해 화질을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그 LCD 공급처를 올해부터 LG디스플레이로 바꾼 것이다. 앞서 삼성은 중국 BOE와 기술특허 침해 공방을 계기로 중국산 패널 공급망을 끊기 시작했다.
LG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과 함께 TV사업의 양대 축으로 삼은 QNED TV용 LCD 패널 역시 광저우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양사의 주력 TV제품에 같은 공장에서 만든 동일한 패널이 쓰이는 셈이다.
‘K디스플레이 동맹’ 탄생
“중국 추격에 손 잡았지만...동상이몽도”
양사가 ‘적과의 동침’에 들어가게 된 배경에는 절박한 시장 상황이 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글로벌 TV시장 출하량은 13년 만에 2억대 아래로 떨어질 만큼 최악의 불황을 맞았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굴기’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도전도 거세다. 삼성·LG를 추격하는 중국 TCL·하이센스는 중저가 제품인 LCD TV를 넘어 QLED TV와 미니 LED TV 등 국내 업체가 장악한 초대형·프리미엄 라인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디스플레이로 손은 잡았지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OLED TV 시장이 여전히 작다는 게 문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 출하량 비중은 전체 글로벌 TV 시장에서 5% 미만이다. 3년째 마의 700만대(출하량) 선을 못 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을 잡은 삼성으로선 시장 성장이 더딘 OLED TV로 전환에 급하지 않다. 패널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LG전자는 올해 고가의 OLED TV 외에 LCD 기반의 QNED TV를 전면에 내세우며 수익성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도전을 압도적 품질·물량으로 눌러야 한다”면서 “당분간 양사가 서로의 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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