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용, 40명 사장단 불러 튼 영상엔 "아이폰보다 아쉽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초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을 불러 모아 인공지능(AI) 등 기술 산업의 변곡점을 점검하고, 사업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AI가 삼성의 주요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시장을 선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일 오후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과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오후 6시쯤부터 2시간가량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신년 사업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들이 참석했던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있던 날이다. 이 회장은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경제계 행사에 참석하고, 저녁에 서초사옥에서 사장단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 경계현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전자 부문 인사뿐 아니라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연초 사장단 회의를 정례화하는 것 같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해 업무가 시작하는 2일 저녁에 모두 불러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선 미리 준비된 영상을 다함께 시청했다고 한다. 영상에는 삼성의 고객들, 사용자들의 생각과 삼성에 바라는 목소리가 담겼다. 영상 중에는 ‘갤럭시 스마트폰은 아이폰보다 이런 점이 아쉽다’라며 경쟁사와 삼성전자 제품을 비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생성 AI 등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최적화해서 제공하고,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것을 사장단에 주문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사장들 앞에서 상영될 이 영상을 전날 직접 시청하고 리허설하는 자리까지 가졌을 정도로 꼼꼼히 공유할 메시지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초 회장 취임후 첫 신년 사장단 회의에서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주요 발언과 경영 전략이 담긴 영상을 함께 봤다.
이 회장은 새해 들어 조용히 내부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장단 회의에서 기술 리더십을 강조한 데 이어, 삼성 연구개발(R&D) 허브인 삼성리서치(서울)를 찾았고 삼성의 기술명장들과 오찬을 함께 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다음달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회장과 회의 전후로 삼성 사장단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7일 갤럭시S24를 공개한 지 3일만인 20일 서초사옥에서 정현호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사장단과 임원 일부를 소집해 AI기술의 방향과 향후 대응 전략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고 한다. 삼성전자 DS부문, DX부문, 삼성SDS 등 AI와 관련된 계열사들은 전부 이 자리에 참석했다. 사정상 오프라인 회의에 참석 못한 사장들은 온라인으로 참석할 만큼 삼성의 AI 전략을 점검하는 중요 회의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삼성전자가 개발한 생성 AI ‘가우스’를 비롯해 생성 AI의 활용성, 이에 필요한 프로세서와 반도체, 보안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삼성 사장단은 지난해 말에도 로보틱스를 주제로 이와 비슷한 토론회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AI라는 큰 파도가 전 세계 기술 기업을 덮치고 있는데, 이 싸움에서 살짝이라도 밀리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삼성에도 크다”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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