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명' 광풍 분 민주…"8년 전 진박감별사 그렇게 총선 망쳤다"
4·10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찐명’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역구 경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친명 후보’를 자처해서다. 8년전 ‘진박감별사’ 논란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경기 광명을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이 대표와 함께 윤석열 정권의 모든 퇴행을 제거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 현역인 양기대 의원을 겨냥해 “지난 대선에서 유세 한 번 안 했다더라. 체포동의안 가결 건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계속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전날엔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이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선언했다.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서대문갑 출마를 철회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자,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남중원 불출마를 선언한 지 엿새 만이었다. 이 의원은 윤 의원을 겨냥해 “지금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후보는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심장을 뺏길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때로는 ‘찐명’ 도전자가 난립하는 지역도 있다. 비명계 전혜숙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이 대표적이다. 김선갑(슬로건·이재명과 함께 민생파탄 심판), 이정헌(경력·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대변인), 오현정(이력·『함께, 우리 이재명』 저자), 박성오(포스터·이재명 대표와 함께 검찰정권 심판) 등 원외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이 대표를 전면에 내걸었다. 한 예비후보는 “지역에서 ‘다들 친명이라 누굴 지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당원을 만나면 ‘내가 진짜’라고 하지만, 솔직히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겨난 현상이 당 지도부의 ‘찐명 인증’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이병훈 의원 지역구(광주 동남을) 특강에 참석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의총 때 이병훈 의원이 ‘이 대표 중심으로 뭉치고 부결표를 던지자’고 했다. 이 의원은 ‘수박(비명계 뜻하는 은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최고의원은 여러 예비후보의 후원회장도 맡고 있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 의원 단체 대화방에선 “최고위원이 특정 예비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것은 반칙”이란 항의도 나왔다고 한다.
이같은 '찐명' 경쟁이 과열되자 일각에선 2016년 새누리당의 ‘진박 감별사’ 논란이 떠오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박감별사 논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11월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이후 예비후보마다 “제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강조하고, 친박계 조원진 의원이 “제가 가는 곳은 모두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원내 1당’의 지위를 상실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 실린 ‘박근혜 회고록’을 통해 “정말 그런 건 내 뜻과 무관한 일이었다. 뼈아픈 후회가 남는다”고 밝혔다.
당내 우려가 커지자 홍익표 원내대표는 2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예비후보들을 향해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비방보다는 공정하고 보다 발전적인 경쟁이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도 이날 “우리당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에 인신공격과 상호 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히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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