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하늘색 꿈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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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흐려지는 내 눈을 보면 이미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난 어른이 되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간직하리라던 나의 꿈 어린 꿈이 생각나네.' 전시가 끝난 후 작품을 찾으러 가는 길, 차 안에서 우렁차게 따라 불러보는 노래는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이다.
좋아했던 것들은 잘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고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부추기는 세상 속에서 하늘빛 고운 눈망울을 간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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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흐려지는 내 눈을 보면 이미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난 어른이 되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간직하리라던 나의 꿈 어린 꿈이 생각나네.’ 전시가 끝난 후 작품을 찾으러 가는 길, 차 안에서 우렁차게 따라 불러보는 노래는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이다. 한 편의 시와 같은 노랫말을 따라 부르고 나니 가슴에 헛헛함이 밀려왔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산등성이에 덮인 눈들은 마치 설탕을 흩뿌려놓은 듯 순백색으로 반짝였다. 겨울의 정취 탓인지 내비게이션에 빤히 적힌 목적지와는 별개로 그만 놓쳐버리고 만 어릴 적 꿈을 향해 내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릴 적 조회시간에 처음 본 어려운 단어가 떠올랐다. 담임 선생님은 유인물을 나누어 주고 하얀 분필을 들어 ‘장래 희망’을 칠판에 크게 적었다. 그리고는 장래 희망은 커서 되고 싶은 사람, 꿈을 말한다고 일러주었다. 종이 속 네모 빈칸을 보고 심장이 쾅쾅 뛰었다. 무엇을 적든 이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재잘거리던 반 아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자신의 꿈을 선언했다. 꾹꾹 눌러 적었던 작고도 거대한 미래를 선연하게 기억하고 있다. 좋아했던 것들은 잘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고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부추기는 세상 속에서 하늘빛 고운 눈망울을 간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아이들은 어릴 적 꿈을 실현했거나 새로운 꿈을 이루려 노력하거나 어릴 적 꿈과는 전혀 다른 인생의 행로를 살아가는 어른이 되었다.
담임 선생님의 말처럼 장래 희망이 자신이 희망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상징한다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무한히 꿈꿀 수 있고 이루려 노력할 수 있으니, 결코 놓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눈망울 속에 담긴 다른 꿈들이 궁금해진다. “올해 나의 장래 희망은 작은 기쁨에도 감사하는 사람이야. 너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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