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精談] 운동하면서 깨달은 것들
몸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인
어떠한 자기계발도 불가능
새해가 되자 헬스장에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은 걷고, 달리고, 자전거 타고, 탄력 밴드를 당기고, 아령과 역기를 들면서 부지런히 근육을 만들어 간다. 열심히 살아도 별 기쁨 없는 세상에서 수련을 통해 자기를 계발함으로써 신체적 건강을 지키고 정신적 쾌락을 얻으려는 욕구는 자연스럽다. 스스로 몸을 움직여 근육이 붙고 무게가 오르는 작은 즐거움조차 없다면 힘들고 괴로운 세상에서 어찌 살아가겠는가.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 영국 켄트대 교수의 ‘자기계발 수업’(디플롯 펴냄)에 따르면 자기계발 욕구가 오늘날에만 특별한 건 아니다. 고대부터 자신의 지적, 정신적 능력과 도덕적 자질을 발전시킬 방법을 알려는 마음은 항상 있었다.
어느 시대든 사람들은 자신을 미완성 존재로 바라보면서 수련을 통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자신을 자유롭게 형성하며, 사회 제약을 초월해 운명을 뒤집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욕구가 혼란의 시대엔 부풀어 오르고, 안정된 시기엔 줄어들 뿐이다. 지옥에선 신을 갈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법이니까 말이다.
선생님을 모시고 운동을 배우면서 새삼 깨달았다. 몸은 마음먹은 대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두 발 또는 한 발로 앉았다 일어서는 스쿼트나 런지 같은 간단한 동작도 단련된 근육만큼만 해낼 수 있다. 마음은 몸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확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건 정확히 몸의 한계까지만이다. 육체가 정신의 한계를 정한다. 몸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면 아무리 대단한 생각도 공상이나 망상으로 전락한다. 자기 몸과 마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성찰 없이 어떠한 자기계발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신체는 한 번에 저절로 단련되지 않는다. 운동엔 기적이 없다. 좋은 몸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 잔근육이 끝없이 찢기고 아무는 고통을 꾸준히 견뎌야 한다. 학습을 통해 단련할 수 있는 정신의 근육도 마찬가지다. 인생에는 모든 걸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해결책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꾸준함만이 더 나은 삶을 이룩하는 유일한 비결이다. 따라서 자기를 초월하려면 끈기가 있어야 한다.
샤프너는 끈기를 ‘용기와 결합한 꾸준한 목적의식’으로 정의한다. 끈기는 역경에 직면하거나 실패에 굴하지 않고 설정한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는 역량이다.
시작한 것을 끝까지 해내는 일, 난관에 부닥쳐서 물러서지 않고 버티는 일,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 밖으로 나서는 일, 과업을 완수하는 데에서 기쁨을 얻는 일이 포함된다. 끈기는 실패에서 배우는 힘이기도 하다. 실패했을 때 실망하고 좌절하기보다 배움의 기회로 여겨야 도전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성공엔 목표 지향적 끈기가 타고난 재능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 새뮤얼 스마일스의 말처럼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근면함과 정성을 다해 단련한 기술을 바탕으로 자기 능력을 활용하는 사람이 최선의 결과를 얻는다.” 재능 있는 사람은 끈기 있게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운동은 끈기의 한계도 가르쳐준다. 몸에 무리가 가는 데도 억지로 참으면 반드시 다친다. 더욱이 우리 삶엔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애써도 이루지 못할 게 있다. 노예는 열심히 공부해도 출세할 수 없다. 삶의 성공과 실패를 한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력 부족으로만 돌리면 진실을 놓치게 된다.
자신을 가꾸려 애쓰는 이들만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하루하루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근육을 늘리기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자기 형성을 방해하고 한계 지우는 사회를 바꾸는 데에도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역기는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무릎이나 허리를 병들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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