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명품백 논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풀긴 풀어야"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
이재명과 싸워야 총선 본질 드러나
민주당 약점-본색 잘 알아 승리 확신
계양 간다니 한동훈"오시게요?"반색
'사천' 전혀 아냐,도전자중 한명일 뿐
대한민국 정치는 표 얻는 기술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운 정치인들이 야기한 극심한 갈등은 국민을 좌절케 하고 나라를 퇴행시키고 있습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의 재구성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만나 그들의 진단과 해법을 들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조응천 미래대연합(가칭)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에 이은 네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지난 10일과(대면) 18일(대면) 및 23일(전화) 3차례 4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원 전 장관은 '정치의 재구성'을 묻는 말에 "우리 사회문제의 뿌리는 말로는 가치를 앞세우면서 뒤로는 기득권을 고집하는 이중 구조로 이를 해체하는 것이 정치의 재구성"이라고 했습니다. 또 자신의 계양을 총선 출마에 대해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을 위하는 자와 대한민국에 맞서는 자와의 대결이라 그걸 분명히 하기위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계양을 출마의 의미와 '윤석열-한동훈 충돌'에 대한 입장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과 해법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강찬호 논설위원
(박성민) 계양을에 출마를 결심한 동기는 뭔가?
A : (원희룡)2021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대장동 게이트에서 드러난 이재명 대표의 행태를 보고 (그가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정상 궤도에서 이탈할 거로 우려해 온몸을 던져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구축된 카르텔이 위세를 떨치고 있고 국회도 민주당이 170석 의석을 장악하고 있다.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이재명 대표와 선명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대한민국의 향배가 결정된다고 봤기에 계양을 출마를 결심했다. 이 대표는 나이도 같고 나처럼 바닥에서 올라온 사람이지만 대한민국을 부끄러워하며 싸우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보고, 기회의 힘을 믿는다. 대한민국에 맞서(Against ) 싸우는 사람과 대한민국을 위해(For) 싸우는 사람의 대결, 이것이 4.10 총선의 본질임을 보이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거다.
(박)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신년인사차 계양을 찾은 자리에 나타나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는데 사전에 논의한 건가
A : (원) 아니다. 다만 한 위원장이 모처럼 계양에 와서 신년인사회를 한다는데 내가 안 가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 자연스레 참석하게 된 거다. 다만 인사회 전날 한 위원장에게 연락해 양해를 구했다. '내일 나도 참석하려 하는데 신경 쓰지 말고 알고 만 계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한 위원장이 '오시게요?' 라면서 반색하더라. '원희룡 장관은 이재명과 계양이면 계양, 영호남이면 영호남 다 가서 붙을 사람'이라고 소개하겠다고도 하더라. 다음날 행사장에서 한 위원장은 '여기(계양) 출마하실 분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원희룡 장관도 있다'고 소개했다. 나만 콕 집어 꽂는 모양새가 아니게끔 순발력 있게 말한 것이다.
나는 이른바 '험지'라는 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이 살고 계신 곳을 험지라 부르면 되겠는가. '도전지'가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자 박수가 터졌다. 계양 분들이 듣고 싶었던 말인듯하다.
(박) 한 위원장이 당신에 이어 마포 신년인사회에서도 김경률 비대위원의 출마를 발표하면서 '사천' 논란이 터졌는데.
A : (원) 나의 경우는 '사천'이 전혀 아니다. 계양 행사에서 한 위원장은 '여기 나오실 분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 원희룡 장관도 있다'고 했을 뿐이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소개한 것이니 나를 콕 찍은 모양새는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전날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과 통화했다. 나는 일방적으로 꽂는 공천을 바라지도 않고, 그와 관련해 거론하는 것 자체가 내 위치에서 할 말이 아니다. 난 (계양을의) 수많은 도전자 중 하나일 뿐이다. 당의 결정에 따라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도전하겠다.
(박) 계양을은 민주당 세가 강하다. 이 대표와 싸워 이길 자신 있나
A : (원) 있다. 민주당의 부패와 전체주의 생리를 너무 잘 안다. 대장동에서 드러난 운동권의 약탈 경제 실상, 경기동부연합과 이 대표가 얽혀있는 인맥에 대해 잘 알아 그들의 민낯을 국민에게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 민주당의 단골 메뉴인 서민 공약의 허구성을 폭로하는데도 자신 있다. 나나 내 주변에 압도적으로 서민이 많아서다. 또. 계양은 서울-경기-인천의 교차점이다. 여기서 이 대표와 대결하면 대한민국 재조정의 방향이 제시된다. 수도권 민생에 문재인· 이재명은 말만 했지 한 게 없다. 나는 국토부 장관 하면서 창동역 지하화 등 수조원이 들어가는 난제들에 대통령의 결단을 끌어내 조기 착공했다. 반면 민주당은 GTX를 '김부선'으로 단축해 김포~부천에 머물게 했다. 강남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단축한 거다. 내 접근법은 다르다. GTX가 강남을 통과해야 올림픽 대로를 거쳐 안양~화성까지 노선이 뚫린다. 수도권의 끝에서 끝까지 교통혁명을 만드는 거다. 앞으로는 도농 복합 생활권이 답인데 교통혁신은 이와 직결된다. 교통이 획기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전국이 2시간 생활권이 된다. 한주일에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지방에서 지내게 된다. 이게 내 국토 재조정 비전이다.
(박)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이 출범했다.
A : (원) "(개혁신당의 주장 중) 집권당으로 수용해야 할 대목들은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신당이 내세우는 '세대 정치'에는 할 말이 있다. 세대란 옛것과 새것이 보완되면서 자연스럽게 순환되는 것이다.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부작용도 많다.
(박) 야당 세 강한 제주에서 두 차례 민주당에 이겨 지사가 됐는데
A : (원) 민주당 후보들은 중국 자본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마디로 제주도 땅을 중국에 팔리게 해주는 공약이었다. 나는 반대로 중국 자본 유입을 금지하는 공약을 냈다. 이게 핵심 쟁점이 됐고, 주민들은 내 손을 들어줬다. 주민들에겐 제주 땅이 중국에 먹힌다는 공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왜 패배를 자초하는 그런 공약을 냈을까? )민주당이 중국과 유착됐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에 대접받고, 무슨 거래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단호히 그 고리를 끊어냈다, 추가 개발 계획이 없는 관광단지 아니면 중국 자본 유입을 전면 금지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박) '남원정' 트리오로 불릴 만큼 당내 개혁파의 아이콘이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국토부 장관을 맡으면서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입지가 축소됐다는 지적이 있다.
A : (원) 입지라는 건 밀물과 썰물처럼 때로 넓어졌다 좁혀졌다 하는 거다. 특히 장관직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다. 맡고 싶지 않은 부분도 맡아야 할 책임이 있다. 반면 정치는 민심과 바로 호흡하는 영역이다. 정부는 특정 정파의 이념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국회·지자체·정부 경험을 토대로 원희룡의 본 모습을 보여주겠다.
(박) 국토부 장관을 지냈을 때 외국 나갈 기회가 많았다. 나가면 대한민국이 달라 보이나
A : (원) 물론이다. 대한민국은 지구촌에선 모태 선진국이다. 세계에 먹힐 아이템이 즐비하다. 건설과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이고, 디지털도 발군이다. 미증유의 고속 성장 경험도 갖고 있다. 세계가 이를 안다. 그래서 단품이 아니라 세트로 한국과의 관계를 원한다. 나라 전체가 종합상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콘텐트와 의료, AI가 우리 청년들의 글로벌 먹거리가 될 수 있다.
(박)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그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등으로 충돌했다.
A : (원) 민주당의 갈라치기 선동 드라이브에 끌려갈 이유는 없지만, (논란은) 풀긴 풀어야 한다. 충돌이다 뭐다 그러는데, 정부(대통령실)와 당이 (해법을) 조정하는 과정 중에 있던 일로 보인다. (당정이)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만들어가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급적 빨리.
(박) 여권 일각에선 한 위원장 퇴진을 주장했는데.
A : (원) 그건 선택지가 아니다. 정부와 (한동훈) 비대위가 입장을 잘 조정해 국민이 납득할 결과물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서 총선에 이겨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게 목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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