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만랩 멀티력이 필요해?
11개. 지금 내 컴퓨터에 열려 있는 창의 수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사치이다. 현대인의 필수 능력은 멀티 태스킹에 능숙한 능력, 일명 멀티력인 듯하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멀티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 태스킹 자체를 부정한다. 아니, 지금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고 있는데, 이게 멀티 태스킹이 아니라고? 아니다. 여러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듣기와 운전을 번갈아 하고 있다. 즉, 동시적 멀티 태스킹은 불가능하며, 순차적 멀티 태스킹을 하는데, 작업 간의 전환이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일어나기에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뿐이다.
그런데 두 가지 일을 번갈아 하는 것은 뇌에 효율적인 형태가 아니다. 하는 일이 바뀌면 정신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한데, 이를 작업 전환 비용이라고 한다. 따라서 하나의 일을 두 번 연달아 할 때보다 두 가지 일을 번갈아 하는 쪽이 효율이 떨어진다. 어쨌건 한눈팔지 않고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쯤 내 옆에 있는 휴대폰에 눈길이 간다. 휴대폰은 고성능 멀티력을 요구하는 주범이다. 우리 아이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본인은 공부에도 휴대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의 집중 차원에서 휴대폰은 악마의 유혹이다. 다수의 연구에서 휴대폰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의 집중력이 약해졌다. 심지어 휴대폰을 엎어 놓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의력이 떨어졌다.
아니라고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자. 휴대폰은 집중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어떤 일에 집중하고 싶다면,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넣자. 당신의 뇌도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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