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현실 반영 안돼” 테슬라·GM도 호소
‘중국산 배제’를 요구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은 물론 미국·일본 자동차 업체들조차 IRA를 준수하면서 전기차를 생산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배터리 핵심 광물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IRA가 이를 무시해 전기차 산업 전체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되고 배터리 부품·소재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에 한해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978만원) 보조금을 준다.
지난 22일 미국 관보에는 전기차 기업들이 제출한 의견서가 게재됐다. 이를 종합하면 전체 배터리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해 원산지를 추적하기 어려운 배터리 재료에 대해서는 보다 ‘넉넉한 기준’을 적용해달라는 게 요지다.
우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 때 특정 광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2% 미만이면 ‘외국 우려 단체’(FEOC) 적용을 하지 않는 ‘최소 허용 기준’을 현행 2%에서 10%로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는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하고, 중국 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을 조달한 전기차는 올해부터, 핵심 광물을 조달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2025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독일 업체인 폭스바겐과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파나소닉은 물론, 미국 ‘자동차 혁신 연합’(AAI)도 예외 비중을 ‘2%→5%’로 조정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AAI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는 물론 벤츠·토요타·현대 등 미국에 공장을 둔 거의 모든 자동차 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기업들은 배터리 소재의 원산지를 추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도 강조했다. GM은 “광물의 근원을 추적하는 것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규제 부담을 지나치게 지운다”며 “추적할 수 없는 재료도 있는데 (법이)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업계 전반에는 “IRA로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전체가 휘청이게 됐다”는 위기감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조차 보조금 대상이 절반(9종→5종) 가까이 줄었다”며 “미국 기업도 수혜를 못 보는데 무엇을 위한 보조금법이냐”고 되물었다.
대안 마련에도 분주하다. 현대차·기아는 IRA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자, 양사 주력 전기차들에 보조금과 동일한 액수를 자체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신흥 자원 부국으로 직접 진출하는 안도 유력하다. 블룸버그는 지난 19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리튬 세계 최대 매장국인 칠레에 리튬 가공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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