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태블릿 등 활용 늘리니 수학성적 떨어졌다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예정된 가운데, 수업 중 디지털 기기를 많이 활용할수록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23일 ‘2023 디지털교육백서’를 통해 디지털 기기 사용과 수학 성취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진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가 2022년에 실시한 학생 설문 자료를 토대로 한국과 OECD 회원국의 평균을 비교 분석했다. PISA는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수학·과학 영역의 성취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 주기로 진행하는 국제 비교 연구다.
설문 결과 한국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서 노트북과 태블릿 등의 디지털 자원을 하루 평균 2.2시간(132분) 사용한다고 답했다. OECD 평균은 2시간이었다. 주말에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학습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은 2.3시간(138분)으로, OECD 평균(1.6시간)보다 42분 더 많았다. 여가 활동에도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은 OECD 평균보다 높았다. 주말에는 4.4시간(264분)을 쓴 것으로 조사돼 OECD 평균(3.9시간)보다 30분 길었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과 수학 성취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디지털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수학 성취도 점수는 하락했다. 학습 활동에서 하루 동안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1시간 증가할 때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 점수는 3점씩 하락했다. OECD 평균은 2점으로, 한국 학생들의 낙폭이 더 컸다. 반면 여가 활동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한국은 -4점씩, OECD 평균은 -5점씩 점수가 하락했다.
디지털 기기에서 SNS와 앱의 알림을 꺼 둔다는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 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수업 중 알림을 끈다고 답한 학생은 수학 성취도 점수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7점 높았다. OECD 평균은 17점 차였다. 수면 중 알림을 끄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수학 성취도 점수 차이는 16점으로, OECD 평균은 10점이었다. 연구진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 3월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공통과목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도입 초기에는 종이 교과서도 함께 사용하지만, 2028년 이후에는 디지털교과서 전면 전환도 검토한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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