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미지명→구단 '최초'…'5년 100억' 고영표, 늦게 피어 더 아름답다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대기만성'이다.
화순고 3학년 시절, 투수 고영표는 아픔을 삼켰다. 신인드래프트에 지원했지만 프로 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동국대로 진학해 실력을 갈고닦았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손꼽히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가 됐다. 마침내 프로의 눈에 띄었다. 2014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신생팀 KT 위즈의 선택을 받았다. KT의 창단 멤버가 됐다.
프로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2015년 KT와 함께 처음으로 1군 무대에 발을 들였다. 중간계투진에서 추격조, 롱릴리프 등으로 뛰며 46경기 57이닝 3승4패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53경기 56⅓이닝서 2승4패 5홀드 평균자책점 5.59를 빚었다. 경기별 기복이 커 안정감이 부족했다. 시즌 도중 팔꿈치 통증을 겪기도 했다.
2017년 선발투수로 변신했다. 25경기 141⅔이닝서 8승1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08을 만들었다. 개인 첫 완봉승을 수확했고, 이닝 소화 능력도 어느 정도 입증했다. 선발로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규정이닝(144이닝)까지 몇 걸음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오른쪽 어깨 염증으로 조금 일찍 시즌을 끝마쳤다.
2018년엔 25경기 142이닝서 6승9패 평균자책점 5.13을 올렸다. 이번에도 규정이닝까지 2이닝만 남겨둔 상태에서 허리 디스크 등에 발목 잡혔다. 아쉬움을 삼킨 채 입대를 결정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를 시작했다.
<img신인 지명선수 환영식'에서 주영범 당시 KT 단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KT는 2023시즌 종료 후 고영표와 비FA 다년계약을 추진했다. 5년 100억원대 계약이 유력하다. 엑스포츠뉴스 DB" height="655" src="https://image.xportsnews.com/contents/images/upload/article/2024/0123/1706015374391846.jpg" width="550" />
고영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은 전역 후 복귀한 2021년이었다. 그해 26경기 166⅔이닝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2.92를 선보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달성했고, 두 자릿수 승수도 쌓았다. 리그 평균자책점 3위,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공동 1위(21회),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위(1.04) 등을 기록했다.
고영표의 활약에 힘입어 KT는 정규시즌을 1위로 마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 베어스를 꺾고 정상에 등극했다. 창단 멤버인 고영표는 팀의 첫 통합우승을 함께하며 기쁨을 누렸다.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또한 2021년 생애 첫 성인대표팀 태극마크도 달았다. 고영표는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는 등 제 몫을 다했다.
2022년에도 28경기 182⅓이닝서 13승8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잘 버텼다.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을 챙겼다. 리그 승리 공동 4위, QS 공동 4위(21회) 등에 자리했다.
지난해 변함없이 빛났다. 28경기 174⅔이닝서 12승7패 평균자책점 2.78을 자랑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이어갔다. 리그 평균자책점 6위, 승리 공동 5위, WHIP 5위(1.15), QS 공동 2위(21회)에 안착했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17회로 압도적 1위였다. 2위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의 12회를 손쉽게 제쳤다.
경기당 선발투구이닝도 6⅓이닝으로 전체 1위였다. 볼넷은 한 시즌을 통틀어 19개만 허용했다. 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적었다. 2위는 34개의 원태인(삼성)이었다. 9이닝당 볼넷 허용은 0.98개뿐이었다. 유일하게 0점대를 유지했다. 2위는 라울 알칸타라(두산)의 1.64개였다.
2023시즌 개막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뽑혀 대회를 치르느라 몸을 일찍 끌어올렸음에도 무사히 시즌 완주에 성공했다.
또 하나의 영광이 고영표에게 다가왔다. KT는 2023시즌을 마친 뒤 그에게 비FA(자유계약) 다년계약을 제안했다. 2024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고영표를 미리 잔류시키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양측은 5년 계약에 합의했다. 금액 관련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5년 100억원대 규모로 계약을 끝마칠 가능성이 높다. 고영표는 KT의 첫 비FA 다년계약이자 100억원대 계약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KT 구단 관계자는 "고영표는 KT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상징적인 선수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기도 했다.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다년계약을 추진하자는 방침을 세웠다"며 "두말할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 아닌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 주는 '이닝이터'로서 귀중한 선발투수"라고 고영표를 치켜세웠다.
이어 "무척 성실하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모범이 된다.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선수이자 미래를 같이 그려나가고 싶은 선수"라며 "몸 관리가 철저해 마흔까지도 선수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믿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에 지명받지 못한 고교생에서 팀의 선발 에이스, 국가대표, 그리고 구단 첫 역사의 주인공까지. 고영표의 드라마는 순탄하지 않았기에 더 극적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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