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진출' 고영준, 황인범과 '세계 최악의 더비'에서 격돌한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민국 대표 고영준과 황인범이 '세계에서 가장 흉흉한 더비'를 치를 예정이다. 고영준이 황인범의 라이벌 팀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파르티잔은 23일(한국시간) 고영준을 영입해 3년 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고영준에 대해 '포항스틸러스 유소년팀을 거쳐 1군에서 126경기 20골 14도움을 기록했다. 20세에 대한민국 대표로 데뷔했으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연고지 베오그라드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고영준은 키프러스 전지훈련에 곧장 합류한다.
이로써 세르비아는 이번 시즌에만 한국 선수가 4명이나 합류하면서 코리안 더비가 수시로 벌어지는 곳이 됐다. 황인범은 명문 츠르베나즈베즈다에서 활약 중이다. 조진호는 튀르키예의 페네르바체에서 세르비아의 노비파자르로 이번 시즌 임대돼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경험을 쌓고 있다. 여기에 고영준보다 조금 앞서 대구FC 유망주 유지운이 추카리치키에 임대됐다. 고영준 23세, 조진호 21세, 유지운 20세로 유망주들이 유럽 내 경기 경험을 위해 주로 찾고 있다.
특히 황인범과 고영준의 소속팀은 세르비아를 넘어 전세계에서 가장 격렬한 더비를 치르는 관계다. 이들의 대결은 '영원한 더비'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10만 명이 운집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폭력사태도 유고슬라비아 시절 내무부를 대변하는 즈베즈다, 빨치산이라는 이름처럼 군에서 파생된 팀 파르티잔은 공산당 내 알력다툼 및 유고 내 다양한 인종의 대립을 반영하는 대리전 양상까지 띠었다.
엄청난 양의 홍염과 괴성으로 안 그래도 낡은 경기장 분위기는 더 흉흉해진다. 과거에는 폭력 사태나 협박도 잦았다.
비교적 최근 벌어진 폭력사건은 2010년 즈베즈나 팬들이 세르비아 대표팀 버스를 습격했던 일이다. 당시 세르비아 대표팀 주전 골키퍼 블라디미르 스토이코비치가 즈베즈다에서 해외를 거쳐 라이벌 파르티잔으로 이적한 직후였기 때문에 '배신자'를 공격한 것이다. 버스가 거의 부서질 뻔했으나 즈베즈다 출신 스타들이 스토이코비치를 둘러싸고 보호해 준 덕분에 끌려 나가지는 않았다. 스토이코비치는 서포터들의 공격을 받은 뒤 물러서지 않고 더비 경기에서 "내 못난 과거를 용서해 주세요"라는 티셔츠를 입어 즈베즈다 시절을 자신의 부끄러운 시절로 치부했다. 즈베즈다 팬들은 더욱 흥분해 날뛰었다.
성적 면에서도 절대 라이벌이다. 즈베즈다가 통산 34회 우승으로 10회 우승마다 주어지는 금색 별 3개를 달았고, 파르티잔이 27회 우승으로 2개를 달았다. 두 팀 외에 모든 우승을 합쳐도 단 10회에 불과하다. 그마저 1999년 이후에는 모두 양강이 돌아가며 우승했다.
영원한 더비가 더 자주 열리는 건 두 팀이 축구뿐 아니라 농구에서도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는 농구 강국이다. 비록 두 팀을 거치진 않았지만 현재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선수 중 하나인 니콜라 요키치가 세르비아 출신이다. 은퇴한 스타 중에는 파르티잔 출신 블라디 디박, 츠르베나 출신 페자 스토야코비치 등이 유명하다.
고영준이 후반기에 일찍 데뷔할 수 있다면 3월 9일 즈베즈다 홈에서 열리는 영원한 더비에서 황인범 선배와 격돌할 수 있다. 4월 7일에는 노비파자르, 4월 14일에는 추카리치키와 경기를 갖는다.
사진= 파르티잔베오그라드 홈페이지 캡처,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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