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566人이 뽑은 상반기 포트폴리오는? 2차전지 호불호 ‘극명’…삼성전자는 없다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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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훈풍이 불던 주식 시장이 2024년 들어 급격히 얼어붙었다. 코스피지수는 1월 17일 2436포인트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해 11월 14일 종가(2433포인트)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산타 랠리 속 연말 2600선을 돌파했지만, 약 2주 만에 두 달여 상승분을 대거 반납한 것. 당초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하며 증시에서 1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월이 되자 코스피지수는 약 8% 하락했다.

연초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데는 기관 투자자의 영향이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17일까지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6조1447억원, 1조52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반면, 기관은 6조9598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구체적으로 코스피 시장에서는 6조6784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2812억원 규모 순매도했다.

금융 시장 불안과 지정학적 우려로 증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투자의 맥은 분명히 있다.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반도체 업종은 물론,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이 기대된다. 매경이코노미가 217개 운용 부서 펀드매니저 566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포트폴리오 편입 계획을 물어본 결과다.

에코프로비엠, 최다 러브콜

비중 축소 1위는 LG엔솔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전망은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다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 모양새다. 1월 17일 종가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비엠의 편입 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가 226명으로 가장 많다. 전체 응답자의 40%가 매수 의견을 밝혔다.

최근 2차전지 업황은 그다지 좋은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증시를 이끌며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를 나타낸 2차전지 업종은 7월 말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7월 26일부터 연말까지 코스피가 0.7% 오르는 동안 국내 2차전지 주요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오히려 36% 고꾸라졌다. 전기차 판매 둔화로 배터리 수요가 줄어든 데다, 니켈과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이 하락하며 이에 연동한 제품 가격이 내려가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다만 대부분 2차전지 관련주가 부진한 상황에서 에코프로비엠은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KRX 2차전지 TOP10 지수에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 1월 17일까지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건 에코프로비엠을 포함해 3종목뿐이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20%), 삼성SDI(-20%), LG화학(-18%), SK이노베이션(-18%), 코스모신소재(-16%), LG에너지솔루션(-14%) 등의 낙폭이 15%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업종 내 에코프로비엠은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에코프로비엠이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의 재고를 유지한 효과가 크다고 분석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인 연말 재고 조정 분위기 속에서 NCM(니켈·코발트·망간) 중심의 판매량 둔화가 두드러졌다”면서도 “재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에코프로비엠의 지난 4분기 평가손실은 시장의 우려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2분기부터는 리튬 가격의 소폭 반등이 예상되는 만큼 3분기부터는 수익성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외 2차전지 종목에 대한 펀드매니저들 시선은 썰렁하다. 78명의 펀드매니저가 LG에너지솔루션의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 부문 최다 기록이다. 가장 많은 투자 확대 의견을 받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밝힌 펀드매니저도 58명에 달한다. 에코프로(40명), SK이노베이션(29명), 포스코퓨처엠(26명)의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도 많았다.

2차전지 산업 성장 둔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판매와 메탈 가격이 급속도로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2차전지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이 꺾인 것은 아니다. 다만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배터리 판매 가격마저 악화됐기 때문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터리 시장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펀드매니저는 여전히 2차전지 종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속도 둔화에 중점을 두면 비중을 줄이는 분위기다.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선호가 엇갈리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의 진단이다.

8년 만에 삼성전자 러브콜 빠져

‘170표’ SK하이닉스 ‘호평’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8년 만에 삼성전자에 대한 러브콜이 끊겼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수년간 삼성전자는 펀드매니저들이 최고로 신뢰하는 종목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반도체 업종에서 SK하이닉스에 러브콜이 쏠렸다. SK하이닉스는 에코프로비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 확대 의견(170명)을 받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잘 보여준다. 반도체 업황 반등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내세워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는 중이다. 1년 만의 흑자전환도 눈앞에 뒀다. 메리츠증권·SK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DB금융투자·IBK투자증권 등이 줄줄이 SK하이닉스의 2023년 4분기 흑자전환을 전망했다. 2024년에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9조1261억원이다.

주가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목표주가로 19만원까지 등장했다. 1월 17일 종가(13만1000원) 대비 45% 높은 수준이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9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SK하이닉스 실적은 2024년 2분기부터 탄력적 이익 증가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AI 강세가 연중 지속되는 가운데, HBM3 생산능력 증설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편입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이 비교적 적었던 이유가 수급 이슈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지난 연말 주가 상승 국면에서 기관이 이미 많은 물량을 담았기 때문에 추가로 비중을 늘리겠다는 의견이 적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한 달간 삼성전자 주가는 약 8% 상승했는데, 이 기간 기관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1조4267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지난 연말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탈 때 기관들이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향후 다른 종목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을 다시 팔아서 재원을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땐 물량을 많이 담아두는 경향이 있다. 당시 담은 물량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비중을 추가로 확대하겠다는 의견이 적게 나온 결과가 이해된다.” 한 기관 투자자의 진단이다.

2024년 시장 화두는 AI

네이버·삼성전기·삼성SDS 수혜

AI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주도 펀드매니저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앞세운 네이버가 주목받는다. 펀드매니저 102명이 네이버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검색·콘텐츠 등 신규 서비스를 마련했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도 속도를 낸다. 이미 한국은행·건강보험공단 등 주요 공공기관은 물론, 쏘카·호텔신라 등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하이퍼클로바X 기반 AI 서비스를 키우는 중이다. 올해는 AI 관련 B2B 사업의 외형 성장이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선화 KB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에도 시장의 주요 화두는 AI가 될 것”이라며 “B2B는 물론 B2C(기업 대 소비자)와 B2G(기업·정부 간 거래) 등 전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네이버 AI 사업의 본격적인 확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SDS와 삼성전기도 AI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각각 40명, 36명의 펀드매니저가 이들 종목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삼성SDS는 최근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4에서 AI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과 AI 플랫폼 ‘패브릭스’를 선보였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S는 패브릭스와 브리티 코파일럿을 각각 1분기, 상반기 중 선보여 빠르게 사장에 대응하고 의미 있는 매출 확보를 목표로 한다”며 “2025년에는 IT 서비스에서 클라우드와 AI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45%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기는 AI가 적용된 제품 교체 수요에 따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사업 호조가 기대된다. 특히 오는 1월 말부터 출시되는 갤럭시 S24를 시작으로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가전 기기, 고성능 PC에 온디바이스 AI가 채택되면, 고용량 MLCC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가 다양한 IT 기기에 적용되고 있다”며 “주요 기기의 사양이 상향되고 교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삼성전기의 MLCC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에코프로비엠 청주 오창 본사 전경. (에코프로비엠 제공)
하이브·삼바 호평 잇따라

완성차 업황 피크아웃 우려

지난해 주가 변동폭을 키운 하이브(38명)와 삼성바이오로직스(29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한 펀드매니저도 다수를 차지했다.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하이브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신진급 아티스트 성장세와 더불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게임이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며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위버스는 올 하반기 에스엠 아티스트 입점으로 시장 내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브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 오른 3496억원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 오른 1조736억원 수준이다. 올해는 성장폭을 키워 영업이익이 1조2784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4공장 수주를 안정적으로 채워가고 있으며,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실적이 큰 폭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매출의 85% 이상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체결한 위탁생산(CMO) 수주계약이라는 점에서 위탁개발(CDO) 매출 중심인 경쟁사들과 달리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반면 완성차 업체들은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로 냉담한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낸 펀드매니저는 70명으로 확대(28명)를 크게 앞선다. 기아에 대해서도 29명이 축소, 11명이 확대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견고했던 데다, 올해 글로벌 판매량 둔화가 예상된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내수는 물론 북미와 유럽 지역의 성장세가 지난해 대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4년 판매 증가를 통한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금융주도 외면을 당했다. KB금융(42명)과 신한지주(18명)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이다. KB금융은 업계 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상품 판매 시 적합성 원칙이 지켜졌는지 등에 대한 금융당국 판단이 내려질 1분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신한지주는 지난 4분기 순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분기 순이익마진(NIM)도 2분기 연속에 무게가 실린다. 지속적인 국내 경기 우려와 규제 관련 불확실성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4호 (2024.01.24~2024.0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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