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무이자부터 고가 안마의자까지… 공사비 갈등 무색한 파격 경쟁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공사비 갈등 끝에 다시 매물로 나온 알짜 사업지를 차지하기 위해 파격 조건을 내걸고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사 기간 단축과 공사비 인상 억제, 사업비 전액 무이자 같은 비용 최소화 방안부터 유럽산 명품 마감재 대거 적용, 고가 안마의자 제공 같은 부수적 혜택까지 폭넓게 제시하며 양측 모두 ‘조합 이익 극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 각지에서 빚어진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무색할 정도다.
포스코이앤씨는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을 나흘 앞둔 23일 현금 청산 및 보상금을 제외한 조합 필수 사업비를 모두 무이자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가 이자를 대신 내주겠다는 얘기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필수 사업비가 현재 얼마라고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조합에서 사업비로 책정하는 모든 금액이라 범위가 상당히 넓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비는 수천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촉진2-1구역은 부산진구 범전동 13만6727㎡ 면적에 아파트 지하 5층~지상 69층 높이 아파트 1902가구와 오피스텔 99실, 부대 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2014년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지난해 공사비 인상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한 뒤 시공사 재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는 당초 공동 참여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합이 ‘컨소시엄 불허’ 방침을 세우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은 310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총사업비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지”라며 “일반분양가를 충분히 잘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사업성도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에 대여하는 사업촉진비로 조합원 1인당 4억원씩 모두 1240억원을 제시했다. 사업촉진비는 노후주택 유지보수,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상가 민원 처리 등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삼성물산은 “업계 최고 신용등급(AA+)을 보유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이 필요 없는 유일한 시공사로 400억원 달하는 보증 수수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며 “업계 최저 금리로 한도 없이 사업비를 조달하겠다”고 맞섰다.
실제 착공일까지 반영하는 물가상승분은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 중 낮은 지수를 반영해 조합원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두 지수 평균값을 적용하는 일반적 계산법에 비해 공사비가 적게 오르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종전 자산가격이 분양가보다 높을 때 발생하는 환급금을 조합원 분양 계약 완료 후 30일 안에 조기 정산을 하겠다는 조건도 내놨다.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등 일반분양 옵션 판매 수익도 조합에 돌려주기로 했다.
지어야 할 아파트가 69층 높이인 만큼 두 건설사 모두 초고층 건축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초고층 시공 실적 1위’인 점을, 삼성물산은 세계 1·2위 초고층 건축물 시공 이력을 앞세우는 식이다. 삼성물산은 공사 기간을 2개월 단축해 조합원 1인당 1억원 이상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촉진2-1구역 예상 공사 기간은 5년 5개월(65개월)로 평균 아파트 공사 기간인 3년을 크게 넘어선다. 공사가 지체되면 금융 비용 등이 여느 사업지보다도 크게 늘어날 수 있는 탓에 두 건설사는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GS건설이 맡았던 기존 설계를 계승해 인허가를 다시 받을 필요 없이 즉시 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설계는 용적률(땅 면적 대비 건축물 전체 면적 비율)이 달라지는 만큼 추가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다만 원안을 기준으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이주·철거 기간에 특화설계에 대한 인허가를 취득하는 ‘투 트랙 전략’을 활용해 예정대로 2026년 2월 착공할 수 있다고 포스코이앤씨는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부산에 처음으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하고 조합원 세대에 독일산 창호와 수전, 이탈리아산 주방가구 등 외국산 마감재를 대거 사용하는 고급화 전략으로도 조합원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조합원에게는 고가 안마의자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새롭게 제시된 3.3㎡당 공사비는 포스코이앤씨가 891만원으로 삼성물산(969만원)보다 78만원 저렴하다. 10년 전 시공사 첫 선정 당시 공사비는 560만원 정도였다. GS건설은 지난해 가파른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을 반영해 공사단가를 98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협상 과정에서 930만원까지 낮췄지만 조합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삼성물산 공사비는 이보다 40만원 정도 높고, 포스코이앤씨는 반대로 40만원가량 낮다. 양측 모두 하자보수비를 포함한 가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실제로 많이 올라 어느 건설사든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입찰에 참여한 두 건설사가 제시한 금액을 보면 GS건설의 공사비 인상 요구가 터무니없는 건 아니었다는 얘기”라고 해설했다.
조합은 지난해 10월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바로 다음 달 2차 입찰을 벌였지만 마찬가지였다. 3차 시공사 선정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대우건설 두산건설 등 여러 곳이 참여했지만 실제 입찰 제안서를 넣은 건설사는 2곳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으로선 원래 생각한 수준보다 공사비가 커졌을 테지만 1군 건설사들이 맡겠다고 들어왔으니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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