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에 90도 폴더 인사…야당은 "김건희 심기경호 극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위원장이 23일 이틀 만에 갈등을 봉합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우롱”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내고 “윤석열-한동훈 브로맨스 화해쇼가 급했다지만,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된 서천 특화시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을 어떻게 배경으로 삼을 생각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화재 현장을 윤석열-한동훈 화해 현장으로 활용하러 간 거냐”(김한규 민주당 의원) “민생 아픔마저도 정치쇼를 위한 무대 장치로 이용한다”(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 등 반응도 나왔다.
한 위원장이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한 장면을 두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공천권을 가졌음을 자인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모든 사안에 키(key)를 쥐고 있는데, 한 위원장이 자력으로 살아남기 어려우니 고개를 숙인 것”이라며 “김건희 심기 경호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 고발 검토에 나섰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천하지 말고 시스템공천을 하라고 요구했다는데, 사천이든 시스템공천이든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했다. 법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대상으로 공직선거법 9조ㆍ85조 및 형법상 직권남용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불소추 특권’를 가진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소는 못 하지만 수사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특히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사건 기소 검사가 윤 대통령임을 들어 ‘尹 적 尹’(윤석열의 적은 윤석열) 프레임을 씌웠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 앞두고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여론조사를 해 선거 전략을 짠 혐의로 2018년 징역 2년을 선고받았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승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을 2년 감옥에 보낸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요구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당무개입 논란이 화두였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도 (비슷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적시됐다”(박상혁) “대통령이 배우자 심기 보전을 위해 불법 과잉 대응하는 블랙 코미디”(주철현) 등 성토를 쏟아냈다. 대통령실과 정부 배석자도 없이, 국민의힘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만 참석한 채 회의는 16분 만에 끝났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갈등은 봉합됐지만, 민주당은 “한 번 시작된 균열은 되돌릴 수 없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하물며 연인 사이도 한 번 헤어지자고 하면 앙금이 남아있는데, 이미 상처를 준 관계라면 전과는 마음 상태가 다른 게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 없이 총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거고,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눈 밖에 났으니 대권 주자는 물 건너갔다. 어차피 둘 다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현장 행보를 정치쇼로 폄훼한 저급한 인식에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모든 것을 정쟁화하는 민주당 특유의 DNA”라며 “정치쇼 운운하는 모습이 무도함을 넘어 비정하다”고 지적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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