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울리는 전환사채…발행 공시, 고무줄 전환가액 손본다
금융위원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주가가 외국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 해소 방안 중 하나로 전환사채(CB) 시장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CB 특수성 악용 부당 이득 발생”
23일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CB는 기업에 돈을 빌려준 뒤 이를 돈이 아닌 주식으로 받을 수 있는 사채다. 대부분 사모형태로 발행하다 보니, 유통 과정이 불투명해 대주주의 ‘꼼수’ 지분 확대에 이용되거나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 과정에 악용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 부위원장은 “CB는 중소·벤처기업의 주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면서도 “일부에서는 이러한 CB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깜깜이 공시 개선…사주 ‘꼼수 콜옵션’ 막는다
통상 CB는 콜옵션·리픽싱 같은 조건과 결합해 발행한다. 콜옵션은 발행한 CB를 만기일 전에 다시 사들이는 권리이고, 리픽싱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미리 정해 뒀던 전환가액을 재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최대주주는 발행한 CB의 콜옵션을 행사해 만기일 전에 다시 사들인다. 이때 일부 콜옵션을 제3자에게 부여할 수 있는데, 몇몇 기업들은 사주 일가에게 콜옵션을 부여해 지분 확장 꼼수로 활용했다. CB 콜옵션 행사자에 대한 공시 의무가 있지만,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한 자’로만 공시해 ‘깜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때문에 금융위는 앞으로 구체적 콜옵션 행사자와 정당한 대가 수수 여부(발행기업이 제3자에게 콜옵션 양도 시) 및 지급금액 대해 밝히도록 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만기 전 CB를 취득할 때 취득사유 및 향후 처리방안 등도 공시하도록 제도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만기 전 CB 취득은 사실상 신규 발행과 유사하지만, 정보가 제대로 공시되지 않고, 일부는 최대주주에게 재매각 해 불공정거래에 악용됐다.
70% 미만 리픽싱, 주총 결의 받아야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낮추는 행위도 금지된다. 일반적으로 CB 발행 후 주가가 하락하면 리픽싱을 이용해 전환가액을 낮춰 CB 매수자 손해를 줄여준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전환가액을 너무 낮춰 싼값에 주식을 발행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이럴 경우 해당 CB 매수자에겐 이득이지만, 지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개인 투자자에겐 손해다.
현재 규정상 리픽싱은 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만 낮출 수 있지만,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가 있을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정관을 통해 7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관 규정이 모호해 경영상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데도 전환가액을 70% 미만으로 낮추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리픽싱 통해 전환가액을 최초가의 70% 미만으로 낮출 때는 반드시 주주총회 동의를 받도록 했다. 기준이 모호했던 증자·주식배당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도 구체적 기준을 정했다.
산정 기준일 합리화…불공정 거래 집중 점검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도 실제 납입일 기준시가로 정하도록 개선했다. 현재 전환가액은 원칙적으로 CB 발행 위한 이사회 결의 전일 기준으로 산정하지만, 전환가액 산정 후 주가 오를 때까지 납입일만 계속 연기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시가 반영 늦추는 사례 많았다.
CB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도 계속한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해 1월부터 총 40건에 대해 CB 발행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14건의 조사를 마무리해 33인을 검찰에 이첩했다.
금융위는 “하위규정 개정을 통해 추진 가능한 사항은 금년 상반기 중 마무리하는 한편,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입법지원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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