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 봉합 국면…친윤은 '마리 앙투아네트 김경율' 겨눴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 화재현장에서 얼굴을 맞대며 화해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를) 프랑스 혁명 시대 왕비에 비유하며 마녀 사냥하듯 하는 모습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자제해야 할 일”이라며 “표현 방식이 조금 거칠고 우리 당 지지자와 당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의혹을 거친 말로 몰아세워 대통령실을 자극해 문제가 커졌다는 얘기다. 김종혁 조직부총장도 CBS라디오에서 “김 위원이 노련한 정치인이었다면 오해받을 표현은 안 했을 것”이라며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면서 일파만파 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김 위원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거친 언행이 여러모로 불편함을 드린 적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당 일부의 시각은 여전히 차갑다. 김 위원의 마포을 자객 공천 논란과 곧이어 터진 그의 발언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이라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경율 비대위원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뉴스1

그래서 “김 위원이 비대위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용호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지역구에 도전하려면 현장을 누벼야 한다. 김 위원이 홀가분하게 스스로 비대위원직을 내려놓고 뛰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선거는 뛰되, 책임은 지라는 의미다. 공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비대위원 자리에서 미리 물러나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도 작용한다.

김 위원의 사퇴에 동의하더라도, 그 시점을 놓고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서울의 한 당협위원장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적수로 김경율만한 카드가 있느냐”며 “최대한 정치적 내상 없이 선거에 임하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이 한 위원장과 단순히 가까운 정도를 넘어 사실상 한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는 측면에서 “내치듯 사퇴시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 본인도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은 직접 비유가 아니라) 국민 감정선을 건드렸을 때 이성의 문이 닫힌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발언”(22일 페이스북)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그래서 비대위에선 “공천 국면 때 자연스레 물러나도록 기다리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비대위 핵심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지역구 후보가 정해지고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2월 초·중순에 김 위원과 광주 지역에 출마하는 박은식 비대위원 등 일부 지도부가 함께 물러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마하는 비대위원은 선거 전 사퇴하는 것이 관행인 만큼, 그때까지 숨 고르기를 하면서 사퇴 명분을 주자는 취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특화시장에서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이럴 경우 김 위원이 비대위원직을 유지한 채 1월 말~2월 초 열릴 공천심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한바탕 낙하산 논란이 일었고, 이곳을 오래 지켜온 김성동 전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반발을 이어가는 중이라 파열음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김 위원의 튀는 행태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잖다. 김 위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한 시민이 비판 댓글을 달자 “잘 났다”는 반말성 댓글을 달았다가 몇 시간 뒤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의원은 “한 달 정도 지켜보니 김 위원이 말을 자유분방하게 하는 스타일이라서 자칫 사고를 칠 수도 있겠더라”며 “본선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표를 모으는데 당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