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외국어·악기 교습에 2000원 점심 먹을 수 있는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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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관(76) 어르신은 대학교수 은퇴 뒤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김순예 복지관 관장은 23일 "어르신들이 복지관을 이용하면서 사회참여 기회와 정보 공유 확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면서 "더욱 효과적인 복지관 운영을 위해서는 교계와 지역교회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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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노년층에게 새로운 인생 선물해
박영관(76) 어르신은 대학교수 은퇴 뒤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오랜 로망인 아나운서의 꿈을 이룬 것이다. 지난 12일 강원도 원주 북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그는 오후 방송을 앞두고 대본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행여 발음이 꼬이지는 않을까 싶어 글자 한 자 한 자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밝은 표정으로 스튜디오에서 나온 그는 “복지관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새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아내와 함께 매일 출석 도장을 찍는다는 박 어르신은 “복지관에서 아나운서 교육과 훈련, 실제로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해주니 너무 고마울 따름”이라며 “주민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북원노인종합복지관은 밥상공동체복지재단(대표 허기복 목사)이 설립했다. 노령층은 점점 많아지는데 사회복지시설이 부족한 지역 어르신들의 복지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지난해 6월 문을 열면서 원주의 2번째 복지관이 됐는데 ‘어르신 학교’로서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제과·제빵 탁구 바둑 당구 물리치료 언어 악기 교습 등 50가지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다. 복지관에 등록한 인원은 이달 초 현재 1700명을 훌쩍 넘겼다. 매달 평균 150명이 신규 등록하며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700여명에 달한다. 한끼에 2000원 밖에 하지 않는 식사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복지관 내 프로그램 예약 및 등록은 모두 키오스크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한 듯 프로그램 예약부터 식권 구매까지 막힘이 없어 보였다.
개관한지 반년이 막 지난 복지관은 지역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의 기회를 갖는데 이어 봉사활동과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었다. 축소사회 흐름 속에서 고령화와 지역소멸, 복지사각 위기를 겪고 있는 농촌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구심점 같았다.
김순예 복지관 관장은 23일 “어르신들이 복지관을 이용하면서 사회참여 기회와 정보 공유 확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면서 “더욱 효과적인 복지관 운영을 위해서는 교계와 지역교회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복지관 설립 뿐만 아니라 복지관 운영에 있어서 후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뒷받침돼야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허기복 목사는 “어르신들이 외롭게 고립되지 않으려면 지역사회와 교회의 관심이 필수적”이라며 “복지관이 어르신들에게는 삶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공존하는 지역 공동체의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방 안에서 나와 감춰둔 재능을 발휘하며 건강한 노년을 누리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원주=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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