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살림꾼'으로 돌아온 나승현…"현장 복귀 기뻐, 신인 때보다 더 떨린다"

김지수 기자 2024. 1. 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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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15 시즌을 끝으로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었던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승현이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은퇴 후 프런트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던 가운데 올해부터는 1군 선수단 매니저로 선수단을 지원하게 됐다.

나승현은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언젠가는 구단 운영팀에서 일하겠다는 생각은 막연하게 하고 있었지만 올해 1군 매니저를 맡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와 설레고 기쁘다. 스카우트팀 업무를 할 때보다 생동감 있는 일상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나승현은 2006년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신인 2차지명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고교 3학년 시절 18경기 98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0.83 98탈삼진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남기며 '초고교급 투수'로 명성을 떨쳤고 롯데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나승현은 2006년 프로 데뷔 시즌부터 롯데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51경기 54⅓이닝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의 준수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순조롭게 프로 무대에 안착했다.

2007, 2008, 2009 시즌에도 롯데의 주축 불펜 투수로 활약했지만 이후 크고 작은 부상이 겹치면서 2010년 이후 1군 등판이 없었다. 결국 2015 시즌을 끝으로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롯데 구단은 나승현이 현역 시절 보여준 성실성과 야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높게 평가했다. 나승현에게 프런트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고 나승현도 이를 받아들였다. 2016 시즌 롯데 티볼 순회코치를 거쳐 2017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육성팀 스카우트로 일했다.

스카우트 생활은 고됐다. 각종 장비를 차에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유망주들을 관찰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1년 주행거리 3만 km이상은 기본이었고 식사를 제때 챙기기도 어려웠다. 나승현은 스카우트 시절 "편의점 도시락은 종류별로 다 먹어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카우트 경험을 쌓으면서 얻은 것도 많았다. 롯데 내부는 물론 타 구단 스카우트팀에서도 나승현 스카우트의 능력을 호평하는 목소리가 자주 흘러나왔다. 

나승현의 보직은 올해부터 육성팀 스카우트에서 운영팀 1군 매니저로 바뀌었다. 지난연말 새롭게 부임한 박준혁 롯데 단장은 프런트의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주요 부서에 선수 출신 직원을 배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승현은 프런트 수장의 뜻에 따라 1군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1군 매니저는 1년 내내 쉬는 날이 거의 없다. 비시즌에도 스프링캠프 출발 준비로 눈 코 뜰 새 없는 나날이 계속된다. 나승현 역시 1군 매니저 보직을 맡자마자 이달 말 괌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이 부족함 없이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있다.  

나승현은 "스카우트 업무를 7년 동안 했기 때문에 몸에 완전히 다 익은 상태였지만 1군 매니저는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며 "현재 롯데 1군에는 내가 뽑았던 선수들도 있고 현역 때 같이 뛰었던 친구들도 있다. 새 감독님, 코치님들이 오시면서 팀 분위기가 활기찬데 나도 있은 힘껏 선수들을 지원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1군 매니저는 스카우트 시절과 비교하면 업무 성격과 일상이 완전히 다르다. 스카우트는 보통 신인드래프트가 열리는 9월 중순 전까지 '독고다이'로 홀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 구단 스카우트들과 현장에서 살갑게 지내기는 하지만 업무의 대부분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반면 1군 매니저는 선수들의 이동, 숙박, 식사, 훈련 스케줄, 장비 관리 및 지급 등을 모두 책임지는 자리다. 자기 자신만 신경 쓰면 됐던 스카우트 때와는 다르게 선수단 전체를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항상 머리가 아프다. 

나승현은 "1군 매니저는 스카우트 시절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생활을 해야 한다. 선수단 전체를 챙겨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오는 31일 괌으로 1차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있다. 나승현은 선수가 아닌 프런트로는 첫 해외 전지훈련이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나승현은 "스프링캠프를 가는 게 10년 만이다. 나도 너무 오랜만이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계속 나보다 먼저 1군 매니저를 했던 분들께 연락해 도움을 받고 있다"며 "2006년 신인 때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때보다 이번이 더 떨린다. 선수 때가 가장 편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고 웃었다.

또 "올해 롯데의 성적이 무조건 좋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1군 매니저 입장에서 선수들이 시즌을 치르면서 작은 어려움이나 불편도 겪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나도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지 잘 알고 있다. 계속 계획을 세우고 선배 매니저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여러 가지를 준비 중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나승현은 1군 매니저로 보직이 바뀌면서 헤어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스카우트 시절에는 긴 장발을 유지했지만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나승현은 "나승현은 "처음 머리를 짧게 잘랐을 때 다들 내가 김태형 감독님이 농담으로 머리가 너무 긴 거 아니냐고 말씀하신 거 때문에 헤어 스타일을 바꿨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딸아이와 소아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머리를 길게 기르고 모발 기부를 해왔다. 이번이 두 번째였고 1군 매니저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단정한 스타일을 유지하게 됐다"고 웃었다. 

사진=나승현 제공/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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