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무득점' 48년 만에 최초 흑역사 쓴 중국 축구
[이준목 기자]
▲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중국 축구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카타르와 중국의 경기가 끝난 뒤 중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중국은 조별리그 3경기 동안 2무 1패, 0골을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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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에게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두고두고 지우기 힘든 악몽으로 남을 전망이다.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 축구대표팀은 1월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개최국 카타르에 0-1로 패했다.
중국은 지난 타지키스탄-레바논과의 1, 2차전에서는 모두 0-0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로써 중국은 2무 1패 승점 2점을 기록하며 조 3위로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A조는 3연승을 거둔 카타르가 1위, 1승 1무 1패의 타지키스탄이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레바논은 최종전에서 타지키스탄에 패하며 1무 2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중국은 1승도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술적으로 조별리그 3위 상위 4개팀까지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진출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조별리그 순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조에서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승점 3점을 확보하여 중국보다 앞서는 팀들이 최소 2팀 이상이다.
그나마 B조와 C조에서 조 3위 이하가 유력한 시리아, 인도, 팔레스타인, 홍콩 등이 최종전에서 무조건 무승부에 그치는 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중국의 기적같은 16강행이 가능해진다. 현실적으로 고려할 때 희망고문에 불과할 뿐 중국의 탈락 확정은 시간문제에 가깝다.
'대참사' 중국 축구... 자국에서도 비판 목소리
중국 축구로서는 그야말로 대참사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결과다. 중국 축구는 아시아에서도 그렇게 강호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 한 번(2002년) 밖에 본선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던 월드컵과는 달리, 대륙 국가대항전인 아시안컵에서는 제법 성적을 낸 경험이 있다.
준우승(1984, 2004년)만 무려 2번이나 차지했으며, 통산 성적은 이번 대회 전까지 59전 23승 15무 21패(승점 82점)로 놀랍게도 이란-일본-대한민국에 이어 아시안컵 역대 4위였다. 이는 아시안컵 우승 경험이 없는 국가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성적이었다.
또한 중국은 2015년 호주 대회와 2019년 UAE 대회에서 최근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통과에 성공하며 8강 진출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중국은 원래 개최국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이슈로 인하여 개최를 포기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홈 이점을 바탕으로 8강까지 진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중국 축구는 대회 직전 피파랭킹 79위로 A조에서 개최국 카타르(58위) 다음으로 높았고 아시아 국가만 놓고보면 11위의 결코 낮지 않은 순위였다. 피파랭킹 100위권 밖의 타지키스탄(106위)-레바논(107위)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대로 여겼기에 내심 조별리그 통과에 대한 희망회로를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A매치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부진한 경기력으로 이미 복선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0-3)과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홈경기에서 당한 완패는 전력차를 감안할 때 예상 가능한 결과라고 해도,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겼던 오만(피파랭킹 74위), 홍콩(150위)과의 비공개 평가전까지 줄줄이 참패한 것은 아시안컵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높였다.
아시안컵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중국 축구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무승-무승점-무득점에 그친 것은 모두 1976년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하기 시작한 이래 48년 만에 최초의 일이다. 중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1980년 쿠웨이트, 2007년 아세안,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도 최소한 1승과 승점 3점 이상은 꼬박꼬박 획득했다. 그나마 최소실점(1골)만 내줬다는 긍정적인 기록도 있었지만 별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기록으로 봤을때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골 결정력은 참가국 중 단연 최악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슈팅을 무려 35개나 때리고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타지키스탄전(10개), 레바논전(15개), 카타르전(10개)까지 매번 두 자릿수 슈팅을 기록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지난 대회였던 201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 8강에서 이란에 0-3으로 완패한 것을 포함하면 본선 4경기 연속 무득점도 역대 최장기록이다. 중국이 이전 아시안컵 단일 대회에서 기록한 최저득점은 48년 전 첫 출전했던 1976년(3위) 대회에서 기록한 4경기 2골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도 득점 기회는 분명히 있었다. 상대 수비와 골키퍼의 선방 등에 막힌 장면도 많았지만 완벽한 득점찬스에서 마무리 능력 부족으로 스스로 날린 찬스가 적지 않았다.
▲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우레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카타르와 중국의 경기가 끝난 뒤 우레이가 허탈해 하고 있다. 중국은 조별리그 3경기 동안 2무 1패, 0골을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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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자국 대표팀의 초라한 성과에 충격과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 축구팬들이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의 전술에서부터 우레이 등 부진한 선수들을 질타하여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세르비아 출신의 얀코비치 감독은 중국 연령대별 대표팀을 맡다가 2022년 A팀의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그는 유럽 클럽팀에서 감독으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심지어 성인 국가대표팀 감독은 중국이 처음이었다. 중국 축구로서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 이후 4년 만의 외국인 감독이었다.
하지만 부임 당시부터 이미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전임 대표팀 감독과 전 중국 축구협회장 등이 비리 혐의에 연루되어 낙마한 상태였고, 귀화선수들도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대표팀을 떠나며 전력이 크게 약화된 중국은 안팎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얀코비치 감독도 선수단을 확고하게 장악하지 못했고 뚜렷한 전술적 색깔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아시안컵의 부진으로 얀코비치 감독이 1년 만에 경질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지만, 감독교체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중국 축구계의 또다른 고민이다.
또한 중국은 이번 아시안컵의 부진으로 랭킹 포인트가 크게 깎이며 피파랭킹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A매치 6연속 무승(2무 4패)에 허덕이고 있는 중국은 이대로라면 조만간 세계 100위 밖까지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중국 축구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중국 축구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9.8세로 거의 30세에 가까웠다. 우레이, 탄롱, 우시, 장린펑 등 주력 선수 대부분이 30대를 훌쩍 넘겼다. 이들은 모두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한국이나 일본처럼 해외파나 아시아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선수가 거의 전무하다. 그나마 주전들마저 기량이 노쇠해가고 있어서 세대교체가 필요한데, 각급 연령대별 대표팀 역시 아시아 무대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소후닷컴'과 '웨이보' 등 중국의 유명 포털사이트와 SNS는 카타르전 이후 현재 중국 남자축구 대표팀에 대한 비난, 조롱, 실망으로 도배되고 있다. "중국 축구는 사상 최악의 수치다", "13억 인민중에서 축구 잘하는 11명을 찾기가 이렇게 힘든가", "아시아 축구는 다들 발전하는데 중국만 퇴행하고 있다"며 온통 비관적인 반응으로 가득하다.
중국은 아시안컵 탈락이 확정되면 이제 다시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2차 예선 C조에서 한국(2승), 태국(1승 1패 골득실 +1)에 이어 3위(1승 1패 골득실 -2)다. 조 2위에 들어야만 18개 국이 겨루는 3차 예선에 나갈 수 있지만 현재로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어느덧 아시아에서 3-4류로 밀려난 중국 축구에게 '월드컵 본선진출'은 만리장성보다 더 높은 장벽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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