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기확정이냐, 헤일리 기사회생이냐…막 오른 뉴햄프셔 결투

김형구 2024. 1. 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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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AFP=연합뉴스

“여러분이 미국을 구하고 싶다면 내일 당장 그 일을 해야 합니다.”(도널드 트럼프)
“내일 한 사람당 5명씩 투표장에 데리고 나가야 합니다.”(니키 헤일리)

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2라운드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하루 앞두고 양자 대결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마지막까지 지지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며 총력전을 폈다.

지난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과반 압승을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에서도 기세를 이어가면 대세론을 재확인하며 사실상 당 대선 후보를 조기 확정할 수 있는 만큼 이번 프라이머리는 경선 레이스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트럼프, 10%P 이상 격차 승리시 승세 굳혀


관건은 격차를 10%포인트 이상 벌리며 헤일리 전 주지사를 꺾느냐 여부로 모아진다. 트럼프가 두 자릿수 이상 상당한 격차로 이기면 헤일리는 당내 거센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으며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헤일리가 트럼프를 꺾는 이변이 나오거나 지더라도 10%포인트 이내 격차로 석패할 경우 트럼프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경우 내달 24일 있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3월 5일 ‘수퍼 화요일’까지 승부를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프라이머리를 치르는 뉴햄프셔 지역의 전체 유권자는 총 87만3000여 명이다. 공화당원 유권자와 민주당원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약 30%씩 비슷하게 점하고 있는데 이번 민주당 프라이머리에는 가장 유력한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불참하는 바람에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오후 2시 전후 윤곽 나올 듯


다만 당원들만 참여한 아이오와 코커스와 달리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는 비(非)당원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다. 뉴햄프셔 전역의 투표소는 카운티별로 늦어도 23일 오전 11시 이전부터 투표를 시작하며 오후 8시 투표를 마감한다. 개표 결과는 24일 0시(한국시간 24일 오후 2시)를 전후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23일 오전 0시에 첫 투표가 시작된 뉴햄프셔주 딕스빌 노치에서는 투표소 문을 연 지 10분 만에 등록 유권자 6명이 모두 투표를 마쳤고 헤일리 전 주지사가 6표를 모두 가져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뉴햄프셔주 북부의 작은 마을 딕스빌 노치는 ‘자정 투표’ 전통에 따라 4년마다 열리는 프라이머리의 첫 투표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트럼프 “헤일리쪽 친중ㆍ친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라코니아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두고 트럼프ㆍ헤일리 양 선거 캠프는 22일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며 막판 사력을 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라코니아에서 벌인 뉴햄프셔주 마지막 선거 캠페인에서 한때 경쟁 주자였다가 후보직에서 물러난 이후 ‘트럼프 우군’으로 변모한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팀 스콧 상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의 지지 연설을 앞세워 세 과시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뒤에 있는 사람들은 친중국이고 친바이든”이라며 “우리의 운동은 친국경, 친일자리, 친자유, 친아메리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4년은 여러분과 함께하는 마지막 전투이고 우리는 선거일에 나라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청중들은 “트럼프!”를 연호하며 지지를 표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뉴햄프셔 남부 홀리스에서 열린 트럼프 선거 캠페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연단에 올라 “바이든이나 헤일리는 같은 사람”이라며 헤일리 전 주지사를 둘러싼 ‘민주당 역선택’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헤일리 “항상 혼란이 트럼프 따라다녀”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세일럼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연단에 오르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헤일리 전 주지사는 이날 오후 뉴햄프셔주 세일럼의 한 호텔에서 벌인 마지막 유세에서 “옳든 그르든 혼란(카오스)이 트럼프를 따라다닌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혼란에 빠진 국가가 될 수 없다. 세계가 화염에 휩싸인 상황에서 4년의 혼란을 더 겪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경 강화, 중산층 세금 감면 등 공약을 제시했다.

헤일리는 앞서 이날 오전 프랭클린에서 가진 유세에선 “어제 오늘 일부 정치인들이 내가 후보 사퇴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며 “미국은 대관식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선택과 민주주의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헤일리는 이날 지역 식당 등을 계속 훑는 저인망식 선거운동을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여론조사서 트럼프 55% vs 헤일리 36%


이날 공개된 보스턴글로브ㆍNBC-10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55%로 헤일리 전 주지사(36%)를 1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온건 성향이 강해 헤일리가 승리할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던 뉴햄프셔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사실상 경선 레이스가 끝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하지만 헤일리 선거 캠프 측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후보 사퇴 후 하루 만에 50만 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모았다. 선거운동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판세가 트럼프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헤일리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23일 뉴햄프셔주에서는 민주당 프라이머리도 진행되지만, 민주당이 내달 3일 잡힌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공식 경선 1라운드로 간주하기로 함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뉴햄프셔주엔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홀리스ㆍ세일럼=김형구ㆍ강태화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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