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로테이션 하기도 힘들고 안하면 손해고… 말레이전 최선의 라인업은 뭘까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주전 멤버들의 활용법을 개선하거나, 장기전을 치러야 할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다면 최상의 조별리그다. 하지만 아시안컵 3차전을 앞둔 한국은 개선책을 찾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태다.

한국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E조 3차전을 치른다. 1승 1무를 거둔 한국은 요르단에 골득실이 밀려 조 2위다. 말레이시아를 꺾더라도 동시에 열리는 경기에서 요르단이 바레인을 잡는다면 조 1위를 자력 확보할 수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앞선 2경기에서 '복사 후 붙여넣기'에 가까운 선수단을 기용했다. 골키퍼 김승규가 다쳐 조현우로 바뀐 것을 빼면 10명이 그대로였다. 1차전에서 바레인을 3-1로 꺾었지만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는데, 이를 분석해 나온 요르단에 똑같은 전술을 꺼내 주면서 오히려 상대에게 이익을 내줬다. 결국 2-2 무승부에 그쳤다.

앞선 2경기 모두 선발로 뛴 선수가 10명이다. 그리고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한 선수는 5명이다. 정승현, 설영우, 황인범, 이강인, 손흥민이다. 이들 중 설영우는 풀백 포지션 줄부상으로 인해 말레이시아전도 풀타임이 유력하다. 황인범, 이강인, 손흥민 중 한두 명을 아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조 2위에 그친 한국의 사정상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사실상 확정'인 상황이라, 16강 상대가 누구든 말레이시아전에서 패배를 각오하고 체력을 안배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승점 4점을 확보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패배하더라도 동시에 경기하는 요르단이 무승부 또는 패배에 그친다면 조 2위 이상을 거둘 수 있다. 만약 한국이 조 3위로 떨어진다 해도 각조 3위를 기록한 6팀 중 4팀 이내에 들면 16강에 간다. 이미 모든 경기를 치른 A조에서 3위 중국이 승점 2점에 그쳤기 때문에 한 팀을 제쳤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실험이든 휴식이든 큰 폭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바레인전 후 요르단전에서도 전술변화와 체력안배를 겸해 선수를 바꿀 수 있었으나, 결국 모든 선수를 그대로 내보냈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의 첫 감독직이었던 2006 독일 월드컵의 독일 대표팀과도 비슷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으로 본선에 올랐는데, 부상으로 첫 경기를 거른 미하엘 발락을 제외하면 선발 라인업이 3경기 내내 거의 같았다. 3차전에서 센터백 한 자리가 바뀐 것이 전부였다. 부상이 없고 팀에 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면 멤버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이 한결같다.

카드로 인한 불안요소도 계속 안고가야 한다. 한국은 1차전에서 5장, 2차전에서 2장을 받으면서 멤버 7명이 옐로카드 한 장을 안고 있다. 경고 1장만 받은 선수는 4강에 돌입하면서 소멸되지만, 계속 경고가 쌓이는 현재 추세로 볼 때 한 명 정도는 경고누적으로 못 뛰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체력과 더불어 경고 문제도 계속 부담으로 다가온다.

멤버가 유지되는 가운데 전술적인 세부조정이라도 있다면 전력을 더 개선해 토너먼트에 임할 수 있다. 측면에 배치돼 역량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이재성, 상대의 집중견제에 막히면서 심리적으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이강인의 활용법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 공격 조합과 작동방식도 마찬가지다. 또한 경고를 많이 받은 원인이었던 상대 역습에 대한 대처도 지금 모습으로는 부족하다. 멤버를 바꾸지 않는다면 전술이라도, 감독이 자세하게 지시하지 않는다면 선수간의 소통을 통해서라도 점차 개선되는 경기력이 필요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