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침공 아니라 봉쇄…미군 안 오면 최대 3개월 버텨"

이승호 2024. 1. 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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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도탄 호위함 웨양함 소속 군인들이 지난 2022년 4월 해상에서 작전 수행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올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에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확률은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보다는 중국이 대만을 격리하거나 봉쇄해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아직은 중국이 대만에 직접 상륙해 통일을 이룰 정도의 군사적 역량을 갖추진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런 내용이 담긴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보고서를 2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설문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5일까지 양안 관계와 관련한 미국 전문가(52명)와 대만 전문가(35명)를 상대로 진행됐다.


“올해 대만해협 위기 발발…침공은 아냐”


지난 14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 핑탄섬에서 한 시민이 '중국몽 강군몽'이란 구호, 항공모함과 전차가 그려진 벽화 앞을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의 68%와 대만 전문가의 58%는 올해 대만 해협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전면적으로 침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그렇다’(매우 그렇다 + 다소 그렇다)고 답한 미국 전문가는 27%, 대만 전문가는 17%에 그쳤다. 보고서는 “(대만 침공을 위한) 상륙 작전은 (대만 섬을) 격리하거나 봉쇄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고 복잡하다”며 “여기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과 미국의 동맹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어 전문가들은 대만 침공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대신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 해협을 에워싸듯이 격리하거나 봉쇄하는 군사작전을 시도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전문가의 91%와 대만 전문가의 63%가 중국이 대만을 격리할 역량을 갖췄다고 봤다. 또 중국이 군 병력을 동원해 대만을 봉쇄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각각 81%와 60%였다. 보고서는 '격리'를 "중국의 해경 등 비군사적 행위자에 의해 상업 경로를 막는 것"이라 정의했다. '봉쇄'는 "향후 5년 내의 통일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대만 주변의 이동을 전면 차단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대만, 에너지·식량 해외 의존…버티기 힘들어


지난 16일 대만 타이베이 자유광장 국기게양대에서 대만 군인들이 국기를 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만일 중국이 봉쇄에 나설 경우 미군의 지원 없이 대만이 버틸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선 '최대 3개월'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미국 전문가 37%와 대만 전문가 34%가 '1~3개월'을 견딜 거라고 봤다. '2주~1개월'을 버틸 거란 의견도 각각 27%, 29%였다. 대만이 전체 소비 에너지의 98%, 식량의 65%를 전량 수입하는 상황을 반영한 판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봉쇄 작전과 별개로 실제 통일을 하기 위해선 침공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중국이 압박만으로 통일을 강제할 수 있다’고 본 미국 전문가는 6%, 대만 전문가는 0%였다. 반면 ‘중국은 통일을 위해 침공이 필요하다’고 답한 미국 전문가는 44%, 대만 전문가는 37%였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확률은 높았다. 미국 전문가의 96%, 대만 전문가의 72%가 미국의 군사 개입을 예상했다. 하지만 한국·일본·호주 등 미국의 동맹이 대만 방어를 도울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 전문가의 60%, 대만 전문가의 52%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중국이 대만을 두고 미국과 전쟁할 경우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는 미국 전문가의 44%, 대만 전문가의 11%만 동의했다.


환구시보 “라이칭더, 통일 대항하면 산산조각”


지난 13일 열린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를 확정한 라이칭더(가운데) 민진당 후보가 타이베이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3일 논평을 통해 대만 집권 민진당과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을 향해 "대만 독립 노선을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대만 단교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막대한 자금과 자원을 쏟아부으며 근근이 버텨온 대만의 수교국이 한자릿수로 떨어질 기미”라며 “민진당과 라이칭더 측은 민심과 대세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이란 대세에 대항하는 사람은 모두 짓눌려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며 “라이칭더가 취임 전 대만의 현실과 대세를 완전히 인식하고 ‘대만 독립’ 노선을 완전히 포기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은 “투발루가 26일 대선 후 중국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투발루가 대만과 단교 후 중국과 수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대만 외교부는 “대만과 투발루는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나우루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면서 대만과 수교 중인 국가는 바티칸, 과테말라, 파라과이, 아이티, 팔라우 등 12개국으로 줄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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