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권민정이 얘기하는 세상을 향한 연민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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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권민정이 새 수필집 <얼굴을 마주 보고> 를 냈다. 얼굴을>
"'엄마는 오늘도 꼴등이야. 어제는 준성이가 일등이고 그제는 승호가 일등인데 엄마는 맨날 꼴등이야.' 손녀가 어린이집에 늦게 온 엄마에게 울먹이면서 소리친 말이라고 한다. 딸은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7시 출근 4시 퇴근 후 부랴부랴 아이를 데리러 가도 아이에게는 항상 꼴등 엄마일 뿐이다. 친구들 대부분이 4시에 집에 가면 그 후에 머무는 아이들은 문소리만 나도 모두 뛰어나와 누가 왔는지 확인한다. 네 살 손녀는 그렇게 실망한 얼굴로 한 시간을 내내 기다렸던 것이다.경단녀에서 다시 워킹맘이 된 딸은 '좋은 아이돌봄센터 하나만 동네에 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은 텐데'하고 한숨을 쉬며, 정부의 정책은 육아에 도움을 전혀 주지 않는다며 힘들어 한다. 그나마 아이 친구 엄마들이 도움을 많이 준다. 갑자기 회의가 늦게 끝나거나 저녁 일정이 생길 때, 남편마저 빨리 퇴근할 수 없는 비상사태일 때는 친구들, 동생들, 그래도 안 되면 나에게 전화를 한다.딸은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부탁 전화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아무래도 내가 다시 아이들을 돌봐주어야 할 것 같다. 오후 시간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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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담담
수필가 권민정이 새 수필집 <얼굴을 마주 보고>를 냈다. 제5회(2023년) 수필미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등단 20년의 중견작가인 그는 소소한 일상 생활에서부터 사회적 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걸쳐 담백하고 사실적인 문체로 독자들을 생각의 길로 안내한다.
예를 들어 워킹맘인 딸의 아이들을 돌보다 몸에 이상이 생겨 황혼육아를 중단했을 때 쓴 ‘워킹맘의 눈물’ 일부는 이렇다.
“‘엄마는 오늘도 꼴등이야. 어제는 준성이가 일등이고 그제는 승호가 일등인데 엄마는 맨날 꼴등이야.’ 손녀가 어린이집에 늦게 온 엄마에게 울먹이면서 소리친 말이라고 한다. 딸은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7시 출근 4시 퇴근 후 부랴부랴 아이를 데리러 가도 아이에게는 항상 꼴등 엄마일 뿐이다. 친구들 대부분이 4시에 집에 가면 그 후에 머무는 아이들은 문소리만 나도 모두 뛰어나와 누가 왔는지 확인한다. 네 살 손녀는 그렇게 실망한 얼굴로 한 시간을 내내 기다렸던 것이다.
경단녀에서 다시 워킹맘이 된 딸은 ‘좋은 아이돌봄센터 하나만 동네에 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은 텐데’하고 한숨을 쉬며, 정부의 정책은 육아에 도움을 전혀 주지 않는다며 힘들어 한다. 그나마 아이 친구 엄마들이 도움을 많이 준다. 갑자기 회의가 늦게 끝나거나 저녁 일정이 생길 때, 남편마저 빨리 퇴근할 수 없는 비상사태일 때는 친구들, 동생들, 그래도 안 되면 나에게 전화를 한다.
딸은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부탁 전화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아무래도 내가 다시 아이들을 돌봐주어야 할 것 같다. 오후 시간만이라도.”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노총 여성부장, 보호관찰 청소년 돌봄기관인 파랑새 상담실장 등을 역임한 그는 ‘얼굴을 마주 보고’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끌어 안는다. 그러면서 힘센 존재와 약한 존재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세상에 대한 꿈을 이야기 한다.
저서로는 수필집 <은하수를 보러 와요> <시간 더하기>가 있다. 지난해 아르코 창작지원금 수혜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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