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삼달리' OST, 시대를 관통한 조용필 음악의 힘
[김상화 기자]
▲ '웰컴투 삼달리' 신승훈 '추억 속의 재회' MV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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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종영한 JTBC 토일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힐링 로맨스물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특히 극중 각종 사건,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 표현을 위해 활용된 '가왕' 조용필의 명곡은 마치 또 다른 캐릭터처럼 드라마 속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조용필(지창욱 분)로 설정된 건 수많은 그의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일종의 '빌드업'처럼 느껴졌다. 태연을 비롯해서 신승훈, 도겸(세븐틴)이 재해석한 리메이크 곡을 비롯해서 극중 주인공 조용필이 열창하던 '단발머리', '모나리자' 등 8090시대를 관통했던 명곡들은 드라마의 재미와 감동에 더 큰 힘을 불어 넣어줬다.
이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방영 마지막날엔 <웰컴투 삼달리 X 조용필>이란 이름으로 특별한 음반이 공개되기도 했다. 극중 다양한 장면에 원곡 혹은 리메이크 버전으로 사용되었던 가왕의 명곡 10곡이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음원 사이트를 통해 새롭게 소개되었다. 이 노래들과 더불어 드라마에 사용된 창작곡, 연주곡 등이 수록된 총 2CD 분량의 실물 음반도 다음달 발매될 예정이다.
▲ '웰컴투 삼달리' 태연이 리메이크 한 ' 꿈' MV 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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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웰컴투 삼달리>는 '조용필 음악 모음집'의 역할을 담당해줬다. 극중 조삼달(신혜선 분)과 조용필이 미역을 던지며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에선 '창밖의 여자'가 배경음악으로 활용된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는 가사는 진지한 악곡 구성과 대비되는 드라마 속 장면에서 코믹함을 배가 시켰다.
그런가하면 어린 시절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올라 깜찍한 율동과 더불어 조용필과 조삼달이 열창했던 곡은 '단발머리'였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풋풋했던 두 사람의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 가장 최적의 음악이었다.
고향 제주를 떠나 상경했던 삼달이 힘들 때 용필이 들려준 위로의 노래는 1991년 발표곡 '꿈'이었다. 꿈을 쫒아 먼 길을 나선 이들을 그려낸 노랫말 역시 절묘하게 드라마의 흐름과 맞아 떨어졌다. 이밖에 '마도요', '모나리자', '추억 속의 재회' 등 수많은 명곡들은 적재적소에 활용되어 마치 "주크박스 뮤지컬"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디.
▲ 지난 20일 디지털 음원으로 공개된 '웰텀투 삼달라 X 조용필' 음반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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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명곡, 명가수는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그들을 제치고 <웰컴투 삼달리>가 선택한 인물, 작품은 다름 아닌 조용필 그리고 그의 열정이 담긴 명작들이었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음악적인 측면만 놓고 보자면 가왕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발표된 지 30~40년이 훌쩍 지난 옛 노래들이지만 지금 들어도 결코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편곡과 연주로 완성된 음악이 상당수이기에 원곡 또는 리메이크로 완성된 다양한 삽입곡은 어색함 없이 드라마가 그려낸 이야기 속에 스며 들었다. 특히 가사가 담은 의미, 메시지는 더할 나위 없이 <웰컴투 삼달리>의 정서와 고스란히 일치하고 있었다.
고향을 떠났던 주인공 삼달이와 용필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추억', '향수'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정서를 함축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조용필의 명곡들이었다. 조용필이 표현했던 1980년대와 현재 이 드라마가 방영된 2023~2024년의 정서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로'가 필요한 등장인물과 시청자들에게 그가 만든 노래들은 그리움이 남긴 상처를 어루만져준 반창고였다.
▲ '웰컴투 삼달리' 도겸이 리메이크 한 '단발머리' MV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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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사용된 조용필의 원곡 혹은 리메이크 버전 상당수는 작사가 박건호(1949~2007)가 만든 노랫말로 완성되었다. '모나리자', '단발머리', '마도요'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곡에서 개성 넘치는 사운드 못잖게 박건호의 가사는 가왕의 음악에 더욱 큰 힘을 불어 넣은 숨은 주역이었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돌아서야 하는 걸까/ 눈물이 없는 그대는 모나리자"(모나리자), "화려한 네온사인 깜박일 때면 / 언제나 도시는 우리들의 것"(마도요), "어디를 향해 걷는가 / 돌고 돌아가는 인생 / 우리의 길목엔 사연 많더라 / 이런저런 인생도 우리 것"(돌고 도는 인생) 등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떤 측면에선 가사 속의 이야기를 마치 드라마로 각색한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웰컴투 삼달리>와 좋은 합을 이뤄냈다.
박주연이 담당했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조용필이 직접 가사를 완성했던 '꿈'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겐 위안의 노래였고 또 다른 이들에겐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노래는 시간이 흘러 삼달, 용필이라는 가상의 인물에게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담당해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공간에서 사용된 명곡 덕분에 지난 두 달의 시간은 즐거움 그 이상의 가치를 우리들에게 안겨줬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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