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韓 대표 일갈 “저출생 문제 해결 기업·정부 함께 나서야”[K인구전략]
26주 출산휴가 100% 유급 보장
“개인 혼자서는 해결 못해”
편집자주 - 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저출생 문제는 개인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개인과 기업, 정부가 함께 유기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니스 두싸스(Janise Doutsas) 한국페링제약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저출생은 쉬운 해답이 없는 복잡한 문제인 만큼 해결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에 정부 정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페링그룹의 한국법인인 한국페링은 1992년 설립됐다. 다국적 제약회사 페링제약은 1950년 덴마크에서 프레데릭·에바 파울센 부부가 공동 창업했다. 임신과 출산을 돕는 치료제 등을 판매한다.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7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두싸스 대표는 한국을 포함한 홍콩과 대만 등 동북아시아 지역을 총괄 담당하고 있다. 한국페링제약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63명이다. 여성 임원 비율은 57.1%, 남성은 42.8%다.
두싸스 대표는 “회사의 사명이 ‘전 세계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Building families&Helping people live better lives)’인데 직원도 당연히 대상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제도를 아무리 만들어도 직원이 사용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리더의 역할은 직원들이 가족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편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심리적인 지원을 받는 것까지 가능하도록 인지시키고 교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페링제약은 직원들이 가족을 구성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 2022년 BFF(Building Families at Ferring) 제도를 신설했다. 1년 이상 근속한 직원의 경우 임신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가족 구성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난임 치료와 입양을 포함하며 상담까지 포함돼 있다. 특히 남녀 구분 없이 26주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해당 기간 월급이 전액 보장되며 내근직은 물론 영업직도 사용 가능하다. 도입 이후 남성 직원 2명이 BFF 제도를 활용하기도 했다.
한국페링제약은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두싸스 대표는 “생식의학 분야 약품을 제공하는 회사로서, 사람들이 가족을 이룰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직원들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 환자와 직원에게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직원들이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싸스 대표는 “작은 일상적인 일들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한다”면서 “예전에도 출산 휴가에서 복귀한 여성 직원에게 월요일이 아닌 수, 목요일에 출근을 시작하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며칠 동안 새로운 돌봄 루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 경험이 없지만 “출산한 직원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매우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제도만으로는 저출산을 극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한국이 난임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잘 돼 있는 편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부가 아이를 가지는 것을 충분히 장려할 수 없다”면서 “아직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치료에 대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원이 변화를 시작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아이를 가지게 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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