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휴 확대에 "월급은요?"…소득 감소 해결이 중요[K인구전략]
소득대체율 높여야 남성 육아휴직 참여 활발
편집자주 - 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엔 남성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기업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기란 쉽지 않다. 여성 근로자 급여가 남성 근로자의 60% 수준에 그치는 현실 속에서 맞벌이 가정이라 하더라도 아빠의 육아휴직은 곧 가계 경제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기획 취재 과정 중 만난 다수의 남성 근로자들도 소득 감소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기가 어렵다고 했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40대 외벌이 워킹대디는 "육아휴직을 쓰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은 들었지만 당장 내야 할 대출 이자가 있어서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며 "육아휴직 기간에 대출 상환을 유예해주기만 한다면 당장에라도 육아휴직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30대 중소기업 맞벌이 워킹대디도 "국가에서 주는 육아휴직 급여는 솔직히 너무 적다"면서 "기존 소득에 비례해서 보전을 해줘야만 더 많은 남성이 걱정 없이 육아휴직을 결심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들의 고민은 다수의 워킹대디가 걱정하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22년 1월 발표한 저출산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워킹대디’ 1113명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적이 없는 890명 중 40.7%가 ‘수입 감소’를 걱정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직장의 분위기’(47.5%)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가정 경제라는 현실적인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는 제도다. 남녀 고용평등 관련 법에 따르면 육아휴직에 따른 급여는 통상임금의 80%를 보장하게 돼 있다. 하지만 하한액과 상한액이 각각 70만원과 150만원으로 설정돼 있어 현실적으로 실제 보전받을 수 있는 임금 비율이 50%를 밑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야가 최근 경쟁적으로 내놓은 ‘저출생 대책’ 역시 이 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나 정부가 100%에 가까운 소득 보전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국민의힘은 아빠 1개월 유급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의 월 급여 상한액을 최대 21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혼부부 10년 만기 1억원 대출을 제시했다.
정부 역시 소득대체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통상임금 보장 비율을 100%로 높이고 상한액도 월 450만원으로 늘리는 ‘6+6 부모육아휴직제’를 실시키로 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2022년부터 부모 각각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높여 주는 ‘3+3 부모육아휴직제’를 먼저 실시하면서 아빠의 육아휴직 참여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 큰 효과를 봤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해당 대책은 재원 마련을 비롯, 다양한 한계에 봉착했다. 고용보험 기금과 기존 조세 수입, 일반회계 전입금만으로는 추후 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등 일·가정 양립 문화에 앞장선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부 기업은 선제적으로 남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유급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제공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 한국 법인도 남성 유급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자원을 적극 투입한다. 레고코리아는 부양육자에게도 8주간 유급 출산휴가를 부여한다. 기본급에 정기상여와 수당을 지급해 원래 받던 월급의 100%를 보장받는다. 한국페링제약은 성별에 관계없이 26주 유급 출산휴가를 제도화했다. 정부가 지급하는 육아휴직 수당에 더해 기존 월급만큼 금액을 기업에서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롯데가 대표적이다. 남성 육아휴직 1개월 의무 시행을 하고 있다. 통상임금의 100%를 보장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남성 육아휴직 참여가 활발했고 출산율도 높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보고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의 효과: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조건과 과제(2021)’에 따르면 스웨덴은 남성 육아휴직에 따른 소득 보전 임금의 월 상한액이 1030만원, 노르웨이는 704만원, 아이슬란드는 547만원 등으로 기존 소득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각 나라의 출산율은 스웨덴 1.7명, 노르웨이 1.5명, 아이슬란드 1.8명으로 집계됐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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