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을 포기할 수 있는가?

김대오 2024. 1. 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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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7일 중국 탐방 ⑤] 베이징 칭화대학, 글로벌혁신센터, 난뤄구샹, 스차하이

이 글은 ‘중국의 과학기술 생태계 탐방’ 이란 주제로 고2 학생 8명과 함께 일주일(2023.12.30.-2024.1.5.) 동안 상하이, 항저우, 베이징을 둘러본 기록입니다. <기자말>

[김대오 기자]

▲ 경산공원에서 보는 일출 베이징 동편 건물 너머로 붉은 일출이 시작된다.
ⓒ 김대오
아침 일찍 일어나 한 학생과 함께 숙소 근처에 있는 경산공원으로 일출을 보러 간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 일출을 놓칠까봐 2위안 입장권을 구입해 이자성 반란군에 쫓기던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처럼 황급하게 정상까지 한걸음에 뛰어 오른다. 다행히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고 발아래 고궁박물관(자금성)이 희끗희끗 지붕에 눈을 얹고서 잠들어 있다. 머지않아 베이징의 동편 건물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데 장관이다. 일출과 함께 CCTV 건물, 북해공원, 조어대, 국가대극원 등 베이징 전역을 한 눈에 조망한다.
 
▲ 경산공원에서 내려다보는 고궁박물관 내린 눈이 녹지 않았는지 지붕에 눈을 얹고 여명에서 깨어나는 고궁박물관의 모습이다.
ⓒ 김대오
   
칭화대학 캠퍼스를 거닐다
베이징에서 첫코스로 방문한 곳은 칭화대학이다. 코로나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쉽지 않은데 미리 지인을 통해 여권과 비자 사본으로 신청을 했더니 입장이 가능해졌다. 우선 칭화대학 서남문에 있는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 교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우주의 별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운행을 멈추지 않듯이, 대지가 그것이 무엇이든 후덕하게 제 몸에 실어 키워주듯이 부단히 실력과 후덕함을 쌓아가자는 교훈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 칭화대학 정문 마오쩌둥의 글씨를 집자한 칭화대학 비석 뒷면에 자강불식, 후덕재물 교훈이 적혀 있다.
ⓒ 김대오
 
본관을 향해 들어가는데 공공관리학원 앞에 예전에는 없던 소 동상이 놓여 있다. '유자우(孺子牛)'라는 글귀는 루쉰의 시 "매서운 눈초리로 뭇 사람들의 비난에 냉철하게 맞서겠지만, 기꺼이 고개 숙여 어린 아이를 태워주는 소 노릇을 하겠다"에서 따왔다. 공공관리학과 학생들이 마음 깊이 새겨둘 만한 문구다. 법과 제도가 강자에게 엄정하고 약자에게 너그럽다면 어떤 사회든 살만한 사회이리라. 우리나라는, 중국은 과연 그런 사회인가 생각해본다.
2005년 노무현대통령이 연설했던 본관 건물을 지나는데 한 학생이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해서 100주년 기념관 뒤쪽 강의동으로 들어갔더니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았는지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저 중국 최고 인재들의 싱싱한 아이디어가 기업의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산학협력 생태계의 시원이리라.
 
▲ 행승어언 행동이 말을 이긴다는 건 실천만이 새로운 혁신을 이끄는 동력임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
ⓒ 김대오
 
1900년 발생한 의화단 운동 진압에 대한 미국 배상금으로 1911년 개교한 칭화대학의 초창기 건물인 구 교문과 강당을 둘러보고 행동이 말을 이긴다는 '행승어언(行勝於言)'비석에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탁상공론이 아닌 철저하게 실사구시에 입각한 실천만이 새로운 혁신을 이끄는 동력이 됨을 강조한 말이다. 수목청화(水木清華) 얼어붙은 연못 너머로 주쯔칭(朱自淸), 원이둬(聞一多)동상도 오랜만에 알현한다. 선생은 유학시절의 추억이 묻어 있는 칭화 교정을 학생들과 함께 둘러보는 감회가 새로운데 정작 학생들은 어떤 심정으로 너른 교정을 둘러보고 있을지 슬쩍 마음이 쓰인다.

중국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우선 잘 알아야 한다

훠궈 식당 하이디라오(海底捞)에서 점심을 먹는데 한 종업원의 면발을 뽑는 퍼포먼스가 볼만하다. 원래는 노래와 춤 공연도 있었다고 하는데 시끄럽다는 민원이 많아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한국 창업기업의 중국 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과학기술통신부 산하 비영리기관인 글로벌혁신센터(KIC)다. 김종문센터장님께서 직접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글로벌혁신센터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 서점가가 있던 곳인데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며 경영이 어려워지자 창업센터로 개조된 업사이클링 공간이다.
 
▲ 글로벌혁신센터 김종문센터장이 학생들에게 중국시장의 가치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 김대오
 
김종문센터장이 직접 학생들에게 강연을 들려주신다. 중국에 대한 좋고 나쁜 감정을 떠나서 우리 곁에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을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우선적으로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중국은 18년 연속 한국의 1위 교역국이며 최근 10년간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25%에 달했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은 하이테크 기술인 반도체, 2차 전지, 바이오, 신소재, 철강 분야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FTA가 2022년 발효된 것을 기점 삼아 새롭게 한중 과학기술 분야 협력 관계를 모색,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며 한중 관계를 새롭게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나중에 중국 탐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묻는 질문에 글로벌혁신센터를 꼽는 학생이 많았다.

난뤄구샹, 스차하이를 거닐다

베이징에 가면 꼭 해야 세 가지에 만리장성 오르기, 베이징오리구이 먹기, 베이징오페라 경극 보기가 있는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며 후퉁(胡同) 둘러보기가 좋을 것이다. 좁은 골목을 의미하는 후퉁은 베이징 서민들의 삶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난뤄구샹의 한 상가 모습 난뤄구샹후퉁은 단재 신채호, 우당 이회영선생이 은거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김대오
 
또한 후퉁의 사합원은 중국의 전통 가옥을 대표하는데 이 사합원을 확장하면 자금성이 되고, 자금성을 확장하면 만리장성이 된다고 하는 것처럼 경계를 나누는 중국의 성벽문화도 느낄 수 있다. 난뤄구샹(南锣鼓巷)은 베이징에서 비교적 오래된 후퉁이다. 전통적인 중국 물품을 파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난뤄구샹에서 바로 이어지는 차오더우(炒豆)후퉁은 단재 신채호 선생이, 마오얼(帽儿)후퉁은 우당 이회영 선생이 일본의 감시를 피해 은거한 곳이기도 하다. 좁은 골목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곳이라 독립투사들에게 좋은 은신처가 되어 주었던 셈이다.
난뤄구샹에서 스차하이(什刹海) 방향으로 내려가자 호수가로 카페, 상점들이 이어진다. 스차하이 입구에 대운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항저우에서 시작한 경항운하의 물길이 이곳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하니 새삼 어디든 흘러 스며드는 물의 힘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는 썰매,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화려한 조명 옷을 입은 건물들 사이로 베이징의 밤이 깊어간다.
 
▲ 스차하이의 야경 화려한 조명을 두른 전통 건물들이 아름다운 야경을 뽐낸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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