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김하성 트레이드설'에 긴장한다?…美 매체 "서울시리즈 때문에 SD 남길 원할 것"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 중인 '어썸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트레이드설에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샌디에이고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23일(한국시간) 올 시즌 40인 로스터에 포함될 선수 중에서 김하성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포지션과 나이, 현재 계약 상태, 지난해 성적 등을 소개했다.
매체는 "김하성의 SABR(미국야구연구협회) 수비 지수 점수는 내셔널리그 전체 야수 중에서 7위로, 2루수만 놓고 보면 가장 높았다"며 "김하성은 2루수, 유격수, 3루수로 DRS(Defensive Run Saved) +16을 기록하며 전체 11위에 올랐고 생애 첫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하성은 2021년 0.622에서 이듬해 0.708로 OPS(출루율+장타율)를 끌어올렸고,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을 수상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내내 팀 내에서 가장 좋았던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비록 김하성은 올스타에 선정되지 못했으나 7월 24경기에서 타율 0.337 출루율 0.449 장타율 0.551 5홈런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달을 보냈고, 시즌이 진행되면서 페이스가 주춤했다. OPS가 8월 0.752, 9월 0.471로 떨어졌다. 그는 9월에는 복부 통증으로 며칠간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하성은 지난해 8월 21일 데뷔 첫 만루홈런을 터트렸고, 2012년 에버스 카브레라(44개) 이후 파드리스 소속으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했다"며 "2021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이후 처음으로 도루 20개, 장타 20개를 생산했다. 그는 샌디에이고를 대표로 하트 앤드 허슬 플레이어'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는 14위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국제무대를 통해 능력을 검증받은 김하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1년 총액 3900만 달러(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2년간 부침을 겪다가 마침내 지난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런 김하성이 올겨울 트레이드설에 휩싸인 건 바로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지역 중계방송사가 파산한 여파로 재정에 큰 타격을 받았고, 지난 9월 선수단 연봉 지급을 위해 5000만 달러(약 652억원)를 대출받은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변화가 불가피했다.
샌디에이고는 주축 선수들을 대거 떠나보내야만 했다. 시작점이 된 건 양키스와의 트레이드였다.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7일 주전 외야수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떠나보내면서 그 대가로 우완투수 마이클 킹, 자니 브리토, 유망주인 우완투수 드류 소프와 랜디 바스케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를 받았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중 한 명인 소토는 양키스 이적 이후 3100만 달러(약 415억원)에 2024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샌디에이고는 올겨울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마이클 와카와 세스 루고(이상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이어 조시 헤이더(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이적을 지켜봐야만 했다. 몸집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무리하게 FA 선수들을 잡을 수 없었다.
샌디에이고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김하성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2025년 상호 옵션 실행 여부에 따라서 김하성의 거취가 결정되는데, 현재로선 연장 계약보다 FA 시장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만큼 김하성의 가치가 뛰어오르기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하성을 잡을 여유가 없다면 샌디에이고로선 가만히 지켜볼 이유가 없다. 연일 트레이드설이 제기된 이유다. 실제로 복수의 구단이 김하성과 언급됐고, 어느 팀을 가더라도 제 몫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의 데니스 린은 "김하성은 트레이드 후보 중에서 이번 오프시즌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선수다. FA(자유계약) 자격 취득까지 9개월이 남았고, 샌디에이고가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할 것 같지 않다"며 "유망주 잭슨 메릴이 준비가 된다면 내야 어딘가에서 김하성을 저렴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샌디에이고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김하성의 트레이드와 함께 팀 내부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단들만 김하성의 트레이드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김하성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하성의 2024시즌을 전망한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의 계약은 올해가 마지막으로, 샌디에이고는 페이롤을 유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만큼 2023시즌 이후 트레이드 및 연장 계약 여부에 대해 거론됐다"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가장 인기있는 한국인 선수 김하성을 오는 3월 LA 다저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가운데에 배치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마케팅 목적으로라도 샌디에이고에 남길 원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오는 3월 20일부터 이틀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MLB World Tour Seoul Series 2024 Presented By Coupang Play)’를 치른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이라 그 의미가 더 남다르다. 미국에서는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고, 한국에서는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해당 경기를 생중계한다.
올해 서울 시리즈는 미국 50개 주와 캐나다 이외의 지역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9번째로 열리는 오프닝 시리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다. 1999년 멕시코 몬테레이, 2000·2004·2008·2012·2019년 일본 도쿄, 2001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2014년 호주 시드니에서 개막 시리즈가 열렸다.
개막전에서 맞붙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에는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 '역대 빅리그 투수 최고 보장액'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첫 경기를 치르게 된다. 기존 샌디에이고의 식구였던 다르빗슈 유, 김하성과 더불어 올겨울 이적한 마쓰이 유키와 고우석도 고척돔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오타니와 야마모토의 다저스 데뷔전이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이미 많은 일본 팬들이 항공권 및 숙소를 문의한 상태다.
하지만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다저스로 이적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행사에 있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김하성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샌디에이고를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난 김하성이 한국 팬들 앞에서 뛴다는 것을 강조했다. 여전히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하성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서울 시리즈를 홍보하는 중이다.
만약 김하성이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팀을 옮기게 된다면 양 팀 통틀어 서울 시리즈에 출전하는 한국인 선수는 김하성의 팀 동료인 고우석이 유일하다. 적극적으로 행사를 추진해왔던 메이저리그로선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더 나아가 한국 내에서 서울 시리즈에 대한 홍보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 김하성은 "트레이드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올 시즌도 똑같이 준비 중"이라면서 "3월에 서울 시리즈가 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 중요한 경기가 있는 만큼 그것에 맞춰서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서울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하성과 샌디에이고의 동행이 계속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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