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진보진영, 광우병으로 흔들면 금방 끝날 것으로 봤겠지만 오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제176회 한국무역협회 CEO 조찬회’에서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인들이 수백 개의 산을 넘고 수천 개의 강을 건너면서 언제나 위기를 극복해 낼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AI(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젊은 기업인들이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대한민국 경제 도약을 이끌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특별연사로 조찬회에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한 통합 환승 시스템, 대통령 취임 직후 맞은 ‘광우병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언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을 회고하면서는 “200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5%일 때 미국 프린스턴 대학 폴 크루그만 교수는 ‘대한민국은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지만 우리나라는 0.2%로 모범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굉장히 크게 올랐다”며 “나는 이를 ‘0.2%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달리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기업 도산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배경에는 열심히 뛰어다닌 기업인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직자들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금융위기 극복 뒤 과장급 이상 모든 공무원들에게 부처별 업무 성격에 맞는 맞춤형 내용으로 감사 문자를 보낸 일화를 소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벌어진 ‘광우병 사태’를 언급하면선 “재임 당시, 정책 운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진보 진영에서는 내가 기업하던 사람이라 지지 기반이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흔들면 금방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강연을 마치며 “작년 한 해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기로 나 스스로를 다스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년 생애를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있었을 텐데, 신달자 시인의 수필에 적힌 것처럼 ‘잘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마디가 인간관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앞서 조찬회 개회사에서 “지난해 12월 수출 총액과 반도체 수출, 무역수지가 동시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올해 선진국의 성장세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전망인 만큼 수출의 우상향 모멘텀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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