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대 붙어도 재수하는데…” 지역의사제, 실효성은

김은빈 2024. 1. 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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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제 바로미터’ 공중보건장학생, 지원율 52% 그쳐
“지역의사 선발전형 기피현상 나타날 것…보완책 필요”
사진=박효상 기자

“1년에 200명 가까운 의대생들이 중도 포기를 한다. 지방 의대에서 서울·수도권 의대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의무복무를 강제한다면, 수험생들 사이에선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할 대안으로 ‘지역의사제’가 떠올랐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졸업 후 10년 간 지역에 남아 의무복무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의대 지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사한 제도인 ‘공중보건장학제도’는 도입 이후 모집 정원을 한 번도 채우지 못했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제출받은 ‘2019~2023년 공중보건장학제도 선발·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업 시행 이후 5년간 의대생 모집 정원 100명 중 52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0.5:1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면허 취득 후 지역거점공공병원에 의무복무할 것을 전제로 국가와 지자체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역거점공공병원에 대한 안정적인 의료인력 공급을 위해 학생을 선발·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2019년부터 시행된 의대생 대상 사업은 연간 2040만원을 정액 지원하고 있다.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장학금을 지원 받은 기간만큼 의무복무를 실시해야 한다.

신 의원은 “의대생은 제도 운영 이후 지속적으로 미달되는 상태”라며 “현실적으로 공중보건장학제도를 통해 지역공공거점병원에 근무할 의사 인력을 확보해 의료 공백을 메꾸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의사 인력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중보건장학생 사업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와 유사한 정책인 지역의사제가 통과돼도 의대생들의 호응이 낮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로 선발한 뒤 해당 인원은 10년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복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대학 때 받은 장학금을 반환해야 하고, 의사 면허도 취소된다. 지역의사제는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공중보건장학생은 이미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인 반면, 지역의사제는 선발부터 의무복무를 전제로 뽑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가는 지방권 의대에서 서울·수도권 의대로 재도전을 하는 등 지역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점을 미루어볼 때, 지역의사제도 의대 지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종로학원이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전국 38개 의과대학에서 중도 탈락한 학생 추이를 살펴본 결과, 중도 포기한 의대생 561명 중 416명(74.2%)이 지방권 의대였다. 서울권은 116명(20.7%), 수도권은 29명(5.2%)에 그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 의대를 붙은 학생들이 수도권 의대를 지원하려고 재도전하는 사례는 상당히 많다”며 “지역의사제가 실제 시행되면 의대 지원자들이 기피하고 재도전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복무기간을 채운다고 해도 다시 서울·수도권으로 향하는 이들을 막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젊은 의사가 장학금을 받고 지역에 남아있는 것과 수도권에 와서 얻는 기회와 수익, 환자 경험을 비교했을 땐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인기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의료 수요가 지역에도 충분하지 않는 이상 의무복무는 현장에서 메리트가 없다”며 “유인책이 없다면 지역에 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지역의사제도 공중보건장학제도처럼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지역의료에 복무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평가해 별도로 선발하는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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