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태영 채권단 '불협화음'의 원인

임정수 2024. 1. 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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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채권단 내 표면화하지 않은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일각에서는 워크아웃 채권 내 산은의 채권 비중을 3%대로 줄인 것이 산은의 소극적 역할과 태영 쪽 봐주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태영건설 채권 확정 시점에 수조원의 태영건설 책임준공약정 우발채무가 모두 워크아웃 채권에 포함되면서 산은의 채권단 내 채권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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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의 소극적 역할에 채권단 불만
태영 측 사정 봐주기 의구심도 확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채권단 내 표면화하지 않은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파열음은 채권 비중이 3%대에 불과한데도 워크아웃을 주도해야 하는 산업은행과 나머지 90% 이상의 채권을 보유한 산은 이외의 채권단 사이에서 나온다. 산은 이외의 채권단은 겉으로는 당국과 산은 눈치를 보면서 보조를 맞춰 나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산은의 소극적 역할과 태영 측 봐주기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런 분위기는 산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산은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과거의 건설사 워크아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태영건설 현장 상황을 점검하러 간 금융회사 관계자는 공사비 여유가 없는 상당수의 현장이 사실상 공사 중단 사태라고 전했다. 하도급 업체들이 현금 지급을 하지 않으면 더이상 공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사가 진행되는 3개월간 공사가 중단돼 있으면 그 이후에 파생되는 많은 문제가 연이어 발생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사업장을 평가하는 기간만이라도 공사장을 돌릴 윤활유 성격의 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으면 태영건설 PF 우발채무 문제가 상당히 심화할 수 있다"면서 "산은이 태영에 ‘뉴머니’를 투입하는 데 대한 사회적 저항과 부담감이 있겠지만, 긴급 자금을 선순위 채권으로 넣으면 회수 불확실성이 거의 없는데도 이런 역할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태영그룹의 골프장 유동화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태영그룹은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유동화를 택했고 산은도 동의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태영의 골프장 소유권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중에 되사갈 수 있는 콜옵션(우선매수권)까지 갖도록 태영 측에 허용한 건 ‘채권 회수의 극대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현금화가 급하면 다른 빠른 유동화 방식도 많은데 하필 복잡하게 구조를 짤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유동화와 동시에 골프장 매각(True Sale)을 곧바로 추진하지 않으면 산은이 태영 측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사용처 논란이 있었고, 오너들이 직접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티와이홀딩스에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갈음하면서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일각에서는 워크아웃 채권 내 산은의 채권 비중을 3%대로 줄인 것이 산은의 소극적 역할과 태영 쪽 봐주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태영건설 채권 확정 시점에 수조원의 태영건설 책임준공약정 우발채무가 모두 워크아웃 채권에 포함되면서 산은의 채권단 내 채권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지급보증, 연대보증, 채무인수 등의 우발채무는 보통 워크아웃 채권에 포함된다. 하지만 책임준공 채무를 채권에 포함시키는 건 역사상 유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명분이나 실질적인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산은에 대한 불만과 겹치면서 이런 의구심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산은이 모든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불만을 잠재우면서 워크아웃을 이끌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채권 기관과 사업장 수가 많은데다 사업장별로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난해한 워크아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90%의 채권단이 원하는 건 산은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것과 채권 회수의 극대화를 위한 산은의 대표성 있는 의사결정이다. 수면 아래 불만이 누적되면 자칫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통제불능(out of control) 상황에 빠지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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