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유전·3조 플랜트…해외 마수걸이 수주 앞둔 건설사

심나영 2024. 1. 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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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 속 해외수주 증가
작년 3분기 기준, 2021·2022년 연간 수주액 훨씬 넘겨
작년 중동·북아프리카 수주액 2017년 이후 최고치
건설비 오르며 MB정부 시절 저가수주 악몽 우려도
현대건설의 쿠웨이트 알주르 LNG 터미널 건설공사

국내 건설경기에 한파가 닥친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섰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이 해외 유전과 가스전, 플랜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올해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여파가 해외 수주에 악영향을 주거나 출혈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플랜트·가스전·인프라 수주 앞둬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마수걸이 수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3조원 규모의 암모니아·요소 플랜트 수주를 코앞에 두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내각 승인절차만 남겨놓고 있다"며 "이 건만 해도 지난 한 해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액보다 더 큰 규모"라고 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중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가스전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발주한 사파니아 유전에 36억달러(약 4조8200억원) 규모의 육상 인프라를 건설하는 계약자 선정에 입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사우디 루와이스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도 45억달러(약 6조300억원) 규모로, 올해 1분기 입찰 결과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중동지역 플랜트 외에 사우디 네옴시티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리포트에서 "삼성물산은 네옴시티 지하 터널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 지하 터널 170㎞ 중 28㎞ 구간을 맡았다"며 "나머지 150㎞ 구간도 조만간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부터 네옴시티 인프라 관련 수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네옴시티와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삼성물산이 대규모 모듈러 주택을 수주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올해, 작년보다 해외 수주 실적 더 좋을 것

최근 해외건설 수주고는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해외사업 수주액은 직전 2년 동안 연간 수주액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현대건설 수주액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12조626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7조1381억원)과 2021년(8조5214억원)을 한참 앞선 금액이다. 삼성물산도 7조7570억원으로 2022년(5조4980억원)과 2021년(7조5720억원)보다 많았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1~3분기 수주액은 2조4061억원으로, 2022년(1조7745억원)과 2021년(1조1274억원)을 크게 앞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액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에 삼성물산의 경우 50%, 현대건설은 40% 정도에 달했다"며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해외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작년 한국기업의 중동·북아프리카 수주액이 226억달러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작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한국 기업의 수주액이 2014년 240억 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올해 이 지역에서 입찰 예정인 프로젝트 규모가 2700억달러로 작년(2300억달러)보다 더 늘어나서, 한국 건설사들의 올해 수주액도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해외 저가 수주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국내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해외 진출을 많이 했고 한국 건설업체들이 중동에 있는 석유화학 플랜트를 싹쓸이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후 이 수주들의 원가 부담이 엄청나게 커져서 건설사들이 빅배스(특정 분기에 이익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에 빠졌다"고 했다. 저가 수주 여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만큼, 입찰에 뛰어들거나 수의계약을 할 때부터 손실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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