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만개 미세플라스틱 범벅 美 생수… 국내 생수는 괜찮을까?
◇생수 1L당 24만개 미세플라스틱, 90%가 머리카락 5만분의 1크기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라만 분광 현미경 기술(SRS)로 시중에 유통 중인 생수 6병을 측정한 결과 1L당 11~37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폴리아미드, PET, 폴리스티렌, 폴리염화비닐 등 플라스틱의 종류도 다양했는데 이중 90%가 나노플라스틱이었다.
미세플라스틱은 1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부터 5mm까지의 플라스틱 입자를 뜻한다. 나노플라스틱은 그보다 더 작은 나노(10억분의 1m) 단위의 입자들을 뜻한다. 1nm는 머리카락 두께의 5만분의 1정도다.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플라스틱 입자들 중 폴리아미드가 정수필터에서 떨어져 나온다고 추정할 뿐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환경부 “국내 유통 생수에선 20μm 이상 미세플라스틱 드물어”
국내 유통 중인 생수도 미국의 생수와 똑같지 않을까? 원수와 정수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하긴 어렵다.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강상욱 교수는 “수질도 다르고 정수 과정에서 똑같은 재질의 필터를 사용한다고 해도 표면의 상태와 여과 구멍의 크기, 표면적 및 형태가 다 다르다”며 “나라마다 또 생수 회사마다 필터링 돼 나오는 수질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국내 유통 중인 생수에 20μm보다 큰 미세플라스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하 연구소의 장비로 현재 시판 중인 생수들을 분석한 결과 20μm이상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고 말했다.
◇표준 분석법 없는 미세플라스틱
환경부는 검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표준 분석법과 기준치의 부재를 꼽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미세플라스틱 표준 분석법이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검출됐다’고 발표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에 대해선 꾸준히 모니터링 중이고 필요하다면 분석 결과를 발표할 수 있겠지만 시기 등이 결정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 측정은 어려운 작업으로 통한다. 물 안에 떠다닐 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각 입자들끼리 뭉쳤다 떨어졌다 반복하기도 하고, 아예 입자들끼리 뭉쳐서 새로운 입자를 이루기도 한다.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표준화된 분석법은 없다. 강상욱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논문의 분석법인 SRS도 최초로 나노플라스틱에 적용해본 데 의의가 있다”며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공인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수 시장 점점 커지는데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할 순 없다. 생수에서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부터 발표돼왔다. 지난해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와 중국 난카이대 등 공동연구팀은 생수 시료 1ml에서 평균 1억6600만개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018년에는 브라질과 중국, 인도, 멕시코, 태국, 미국 등에서 시판되는 생수 250개 중 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미국 프레도니아 뉴욕주립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게다가 국내 생수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약 3900억원이었던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조3000억원으로 8배 정도 규모가 확대됐다. 국민 10명 중 3명은 생수를 구입해 마시고 있는 만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부는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해외 연구팀들이 미세플라스틱 분석에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몇 년 뒤에는 분석법도 표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맞춰 환경부도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트병 가공 과정 손봐야한다는 의견도
전문가는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이 용기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상욱 교수는 “페트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병을 성형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수분해 현상”이라며 “병의 모양을 잡을 때 완전 건조가 돼 있지 않으면 플라스틱의 분자 조직이 분해되는데 이런 병에 물을 담으면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성형가공 과정을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세플라스틱은 동물 실험에서 세포 독성을 일으킨다거나 세포단위에서 암 전이와 혈관 노화를 촉진한다는 등의 연구 결과가 있다.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은 입자가 작아 위장, 간 등으로 바로 유입될 수 있고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심장이나 뇌로 들어갈 위험도 있는데 이로 인해 인체에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일 식탁에 오르는 미세플라스틱, '이 병' 일으킨다
- "염증성장질환자, 대변에 '미세플라스틱' 1.5배 더 많다"
- 실손보험금 쏠림 현상 심각… 상위 4%가 보험금 65% 챙겼다
- 난임치료 지원 확대… 첫째 출산 했어도 난임 시술 보험적용
- 운동 ‘이렇게’ 하면… 건강 얻어도 머리카락 잃는다
- 벌써 방어 횟집에 줄이… '이것'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
- 수능 끝나고 ‘이 증상’ 겪는다면, 꼭 쉬어가라는 신호
- “부기 빼주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욕실서 스타들이 하는 ‘관리법’, 뭘까?
- 혈당 안 잡히는 이유 도대체 뭔지 모르겠을 때… 아침 '이 습관' 점검해 보세요
- AZ 임핀지, 보험 급여 청신호… 담도암·간암 급여 첫 관문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