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 또 ‘작심3일’… 뼈를 깎는 ‘노오력’을 했나요?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2024. 1. 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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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 이것도 심리학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새해가 됐다. 새해가 되면,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새해 첫날의 일출을 보려고 꼭두새벽부터 집을 나서기도 하고, 재미 삼아 한 해의 운세도 점쳐보기도 하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며 새해 새날의 기분을 만끽한다. 하지만 새해하면 떠오르는, 가장 연관성 있는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작심3일’이다.

새해를 맞이해, 새 출발을 하는 느낌으로 호기롭게 목표를 설정하지만, 이 큰 결심은 대부분 소리도 없이 사그라들곤 한다. 우리의 의지는 왜 이리도 약한 것일까? 정말 우리의 결심은 3일만 지속되는 것일까?

‘작심3일’이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3일 동안만 결심이 지속되는 것은 우리 국민 고유의 특성인 걸까? 실제 인터넷을 찾아보면 한국인들이 ‘3’이라는 숫자에 많은 의미를 둔다는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단군 할아버지가 이 땅에 나라를 세우기 전 하늘에서 환웅이 천부인 3개를 가지고 왔다는 이야기부터, 승부를 정해도 삼세판으로 결정하는 우리의 문화를 고려했을 때 3이라는 숫자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음, 성경에도 삼위일체가 나오는데, 이런 부분은 일단 넘어가자)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의 결심을 얼마 동안이나 유지할까? 외국 결과긴 하지만, 운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운동 기록을 분석해 봤더니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새해 결심이 1월 둘째 주 금요일쯤에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새해 결심 유지 기간은 12일 정도? 3일이든, 12일이든 새해 결심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정답이 되겠다.

‘21일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하나의 행동이 습관이 되기까지 21일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이 법칙은 멕스웰 몰츠라고 하는 성형외과 의사가 사지를 잃은 사람들이 신체적 손실에 대해 심리적으로 적응하는 시간을 연구해 제시했다고 한다. 생각이 대뇌피질에서 뇌간까지 내려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21일이라는 그럴듯한 근거도 제시한다. 이 법칙이 정말 과학적으로 신빙성이 있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10일 정도 유지되는 새해 결심이 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새해 결심을 유지하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렵나? 사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어려운 결심’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게 해 주세요’라고 결심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새해에는 다이어트에 성공해야지,’ ‘새해에는 금연을 할 거야’처럼 자신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심을 한다. 이런 큰 변화에는 큰 아픔이 동반되고, 이 아픔은 결국 나의 결심을 무너뜨린다.

결국 변화는 뼈를 깎는 본인의 ‘노오력’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정답. 노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새해 결심을 그나마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제안됐다. 그중 하나로, ‘SMART 목표 설정법’이라는 것이 있다. 새해 목표를 세울 때 ‘구체적(Specific)’이고, ‘측정가능(Measurable)’하며, ‘달성가능(Achievable)’하며, ‘관련성(Relevant)’이 높고, ‘시간 기반(Time-bound)’의 목표를 세우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새해에는 다이어트를 하겠어’라는 막연한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는 ‘나는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3kg 감량하겠어’라는 조금은 더 SMART한 목표, 더 나아가 ‘나는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1주일에 적어도 3번 40분 이상 걷기 운동을 하고, 1주일 중 4일 저녁은 샐러드를 먹으면서 3kg 감량하겠어’라는 목표를 설정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저렇게 목표를 세운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저렇게 너무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면 지키기가 어려워 더 쉽게 포기할 수도 있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자 목표의 상세한 부분은 달라지기 마련이니 너무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는 말자.

그리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실제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마음은 많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1월 31일까지 운동을 할 거야’라고 목표를 세우는 것과 ‘4주 동안 운동을 할 거야’라고 목표를 세우는 것 중 어떤 쪽의 기간이 더 짧게 느껴지는가? 1월 1일에 새해 결심을 한다고 가정하면, 1월 31일이 실제로는 더 긴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더 짧은 기간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4주라고 하면 시작 시점과 끝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시간에서 오는 압박감이 줄어들어서, 상대적으로 더 용이하게 느껴진다.

물론 아무리 SMART한 목표를 설정한다고 해도, 우리 대부분은 새해 결심 유지에 실패할 것이다. 막연한 저주가 아니다.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한 일이었다면,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상황적 요인도 많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운동을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어도, 회사가 나에게 연일 야근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새해 결심이 이런저런 이유로 3일 만에 실패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새해 결심이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스스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특권이고, 올해 또 실패하더라도 그 노력은 결국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새해 결심으로 고생하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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