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같은 여자 서울역에 널렸어" 아내 살해 변호사의 10년 학대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10여년간 아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무렵부터 아내에게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려 있다”는 등 비하 발언을 하며 아내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A씨는 2018년 아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아들·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했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다.
그는 2019년 아내에게 “불륜 들켰을 때 감추는 대처법을 읽었는데 너의 대응이 흡사하다” “성병 검사 결과를 보내라” 등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영상통화로 현관에 있는 신발을 보여 달라고 하거나 3개월간의 통화 내역을 보며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자녀들에게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딸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며 영어 욕설을 시키거나 아들에게 “어디서 또 나쁜 짓 하려고 그래”라고 말하게 한 뒤 이를 녹음해 아내에게 전송했다.
아내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2021년 10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A씨가 “엄마의 자격·역할과 관련해 비난·질책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의처증으로 오해할 만한 언행이나 상간남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각서를 쓰면서 한 달 만에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각서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다. A씨는 아내 직장으로 수차례 전화해 행적을 수소문하고 험담했다. 지난해 초 가족이 함께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초행인 아내만 남기고 이동하는가 하면, 추석에는 아내와 협의 없이 자녀만 데리고 홍콩으로 여행을 갔다.
지난해 11월 13일에는 아내가 딸과 별거를 시작한 거처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다 경찰로부터 퇴거 조치를 받았다. 이때 A씨는 딸에게 “가난한 아내의 집에 있으면 루저(패배자)가 될 것이다”라는 취지로, 장모에게는 “이혼을 조장하지 말고 딸에게 참는 법을 가르쳤어야지”라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날 아내는 두 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3일 아내가 숨지면서 종결됐다. A씨는 이날 오후 7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신의 자택에서 아내를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A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책가방을 놓고 갔다며 자신의 집으로 찾으러 오게 했다. 검찰은 이때 A씨가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주먹과 쇠파이프로 아내를 때렸고, 아내가 작은 방으로 도망치자 쫓아가 수차례 더 때린 뒤 목졸라 살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A씨는 범행 직후 소방서에 전화해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고 신고했고, 소방 관계자들이 출동해 심폐소생술(CPR)을 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 허경무)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A씨 변호인은 “공소사실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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