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해부]2기도 '서·오·남'…"검찰 출신들 건재"
서울대·60년대생·남성 흐름 이어져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는 용산 참모진 2기 체제가 이달 초 본격 출범했다. 대통령실은 최고위 참모이자 장관급인 비서실장, 안보실장, 정책실장 등 ‘3 실장’을 전면 교체하면서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고 자평했다. ‘국정 3년 차’와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윤심(尹心)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인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경제가 2기 참모진(비서관급 이상) 47명의 나이·학력·성별·출생 지역·이력 등을 1기 참모진과 비교 분석한 결과 '내허외식(內虛外飾: 속은 비고 겉치레만 함)'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출신은 여전히 건재했다. 지난 2022년 5월 10일 윤 정부 들어 대통령실에 입성한 검찰 출신은 6명이었다. 옛 청와대에선 유례없던 일이다. 이번에 출범한 2기 중 검찰 출신은 5명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 이달 사퇴한 참모(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이원모 전 인사비서관)를 제외하면 대동소이한 수치다. 주 전 법률비서관의 빈 자리를 검찰 출신인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이 메우고 요직을 검찰 출신이 줄줄이 꿰찼다. 윤재순 총무비서관(대검 중수부 검찰수사관 출신), 강의구 부속실장(윤석열 검찰총장 비서관 출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장 출신), 복두규 인사기획관(대검 사무국장 출신)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와 각 부처의 장·차관급 인사까지 포함하면 윤 정부 검찰 출신은 총 21명까지 늘어난다.
검찰 출신 요직 장악…대통령실 연령 더 올라가
인적 구성 측면에서는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중심의 1기 참모진 판박이 인사가 답습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능력과 성과를 보여준 인물 위주의 인사'가 반영됐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지만, 서오남 중용 기조가 2기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1956년생인 김대기 비서실장이 퇴임하면서 '젊어진 대통령실'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참모진 전체로 분석 범위를 넓혀보면 오히려 대통령실 연령은 더 높아졌다. 공석(국제법무비서관·해외홍보비서관·뉴미디어비서관)과 신상 공개가 안 된 사이버안보비서관을 제외한 2기 참모진 52명 중 출생 연도가 공개된 47명의 평균 연령은 만 55.5세였다. 60대가 9명(19.1%), 50대가 36명(76.6%), 40대가 2명(4.3%)으로 50대가 주축이다.
앞서 1기 대통령실 참모진의 경우 2022년 출범 당시 평균 연령이 54.5세로, 60대 7명(13.7%), 50대 37명(72.5%), 40대 6명(11.8%), 30대 1명(2%)이었다. 이에 반해 2기 참모진 가운데 30대는 아예 없고, 40대는 줄었으며, 50·60대는 되레 늘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생 현장 방문·적극 행정을 강조하면서 '젊은 대통령실'을 지향해온 행보와는 상반된 결과다.
남성 편중 인사는 더욱 심해졌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 순차적으로 여성 등용을 늘리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비서관급 이상 여성 대통령실 참모진은 1기 52명 가운데 4명(7.7%)에 불과했다. 2기(53명)에서는 최지현 부대변인이 인사비서관으로 승진하긴 했지만, 머릿수만 보면 총 3명(5.7%)으로 1기보다 1명 줄었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달 사직했고, 이달 강인선 해외홍보비서관이 외교부 2차관에 임명되기 전 상황을 반영하더라도 여성 참모진 비율은 한 자릿수다.
男 편중 인사 …서울·영남 쏠림 여전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WP)로부터 '남성 편향성 인사'에 대한 지적을 받고 "아마 우리가 각 직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개 부처 중 여성 장관 수도 기존 3명(한화진·김현숙·이영)에서 지난해 12월 5명(강정애·송미령·한화진·김현숙·오영주)으로 늘렸다. 비율로는 기존 15.8%에서 26.3%로 올랐다. 여성 장관 인선 사례를 늘리고 있지만, 대통령실 참모진 기용에서 여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대통령실 출범 초 지적받아온 '서울대 학부 졸업 출신 쏠림 현상'도 2기에 고스란히 이어졌다. 서울대를 나온 참모진은 1기 중 학력이 공개된 51명 가운데 19명(37.3%)이었으나, 2기에서는 50명 중 21명(42%)으로 집계됐다. 정부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지역 인재 육성을 꾀하는 상황이지만 대통령실 참모 기용에 있어 '서울대' 출신 편중은 더 심화했다.
출신 지역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 출신 참모 수는 1기 46명(출신지 공개) 중 16명(34.8%)이었고, 2기 참모진 중(46명)에서도 14명(30.4%)으로 가장 많았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TK(대구·경북) 등 영남 쏠림도 여전했다. 1·2기 참모진 중 부·울·경 출신은 각각 12명(26.1%), 10명(21.7%), TK 출신은 각각 9명(19.6%), 7명(15.2%)으로 2, 3위를 차지했다. 호남과 강원 출신 참모는 2기에서 늘었다. 1기 참모 중 호남 출신은 2명(4.3%)이었지만, 2기에서는 4명(8.7%)이었다. 특히 강원 지역 출신 2기 참모 수는 1기(2명) 대비 5명 늘어난 7명이었다. 이 밖에 충청 지역은 1기와 2기 모두 각각 4명(8.7%)이었다.
70년생 정책실장만으론 역부족
3 실장 중 하나인 정책실장에 1970년생인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영입한 것은 나름의 변화로 평가된다. 성 교수는 윤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제자다. 국정기획수석에서 정책실장으로 승진 기용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대통령 최측근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실세'임을 입증한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1961년생 동갑내기다. 이들이 전통 관료 출신인 데 반해 성 정책실장은 학계 출신인 70년생으로 젊다는 차별점이 있다. 이로 인해 3 실장 평균 나이는 기존 65.3세에서 59세로 젊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관료 중심의 체제를 이어가되 젊은 경제학자를 기용해 정책실장에 임명한 것은 국민이 보다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으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2기 들어 교수·학계 출신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1기 참모진 중 교수는 김성한(고려대·국가안보실장), 김태효(성균관대·안보실 1차장), 조성경(명지대·과학기술비서관), 안상훈(서울대·사회수석), 왕윤종(동덕여대·경제안보비서관) 등 5명이었고, 2기는 성태윤(연세대·정책실장), 안세현(서울시립대·경제안보비서관), 김태효, 왕윤종 등 4명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
대통령실 2기가 진용을 갖췄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인적 쇄신으로 포장했지만, 전체적인 인사 코드는 1기와 대동소이해 뚜렷한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인사는 인사 자체가 메시지"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침체된 상황에서 참모진 쇄신을 통해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동반해야 하는데 2기에서는 그런 엄중한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총선에 차출된 참모진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1기 연장 인사일 뿐"이라고 일갈한 박 교수는 "대통령의 의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결국 4월 총선을 치르고 총선 결과가 나온 다음에서야 참모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기 참모진 가운데 눈에 띄는 새로운 인물이 잘 보이지 않고, 돌려막은 인물들도 상당하다"면서 "고금리·고물가로 민생이 위협받는 상황이고 국민들이 제일 어렵다고 여기는 게 경제인데, 참모진 구성을 보면 그런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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