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21년 신뢰'…26일 만에 흔든 '김건희 사과' 논란
“사선을 뛰어넘은 전우이자 동지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법조계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단순히 검찰 선후배를 넘어서는 ‘특수 관계’였단 게 일관된 증언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3년. 한 위원장이 대검 중수부의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참여하면서 먼저 수사팀에서 일하고 있던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때 처음 합을 맞춘 두 사람은 이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외환은행 론스타 부실매각 사건’ 등을 같이 수사했다. 연수원 23기로 4기수 선배인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27기)을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한 위원장도 윤 대통령을 각별히 생각했다. 2007년, 한 위원장이 서울과 지방 교류 원칙에 따라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지검으로 발령 났을 때 일화다. 당시 일을 두고 한 위원장은 주변에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예상치 못했던 인사라, 섭섭한 마음을 안고 부산지검에 갔다. 이삿짐을 싣고 부산으로 출발하려는 순간, 석열이 형이 나타나 ‘같이 가자’고 조수석에 타는 게 아닌가. 내가 속상할까 봐 옆에서 이런저런 얘기 하며 같이 내려가 준 거였다.”
부산 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하던 한 위원장이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 뇌물 사건을 수사할 때, 윤 대통령이 방패막이를 자처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현직 국세청장 수사에 부담을 느낀 검찰 수뇌부가 대검 연구관이던 윤 대통령에게 “내려가서 한동훈 수사를 도우라”고 지시하자, 윤 대통령은 “사건 수사가 잘 되고 있다”며 거부하며 외려 지휘부의 개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수사 검사로 정점을 찍은 건 최순실 특검 때였다. 당시 ‘국민 검사’라 불리며 대중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윤 대통령이 가는 식당마다 사람이 몰려들었고, 당황하는 후배들 사이에 “이제 형이랑 같이 밥 먹으러 못 다니겠다”며 분위기를 풀어주던 사람이 한 위원장이었다.
둘은 특검 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윤 대통령)-중앙지검 3차장(한 위원장)으로 영전했다.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취임한 윤 대통령은 전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한 위원장을 임명했고, 두 사람은 그해 8월부터 ‘조국 수사’를 시작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칼날을 겨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련이 시작됐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닷새 만인 2020년 1월 3일 한 위원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시키는 등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던 대검 간부들을 대거 지방으로 발령냈다.
2020년 3월 시작된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됐다. 한 위원장은 채널A 기자와 공모했다는 혐의로 법무부 감찰을 받고, 두 차례 압수수색도 당했다. 이때 윤 대통령도 한 위원장에 대한 수사·감찰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2020년 12월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팀의 무혐의 처분을 반려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2022년 4월 최종 무혐의로 결론 났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두 사람은 '특수관계'를 넘어 '전우'가 됐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2022년 2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동훈은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수사)해온 사람”이라며 ‘독립운동가’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는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인선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의 신뢰는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취임이 결정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짧았다.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물밑에서 파열음이 인 것이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취임 전인 지난달 19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법 앞에 예외 없다”고 말하면서부터다. 총선 후 특검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윤 대통령이 강한 불쾌감을 전했고, 한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비대위원장에 취임하며 “총선을 위한 악법이다”고 재차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김경율 비대위원 발 ‘김건희 사과’ 논란에 서울 마포을 전략 공천 논란이 더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믿었던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비대위원장 취임 후 한 위원장의 달라진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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