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법원과 교실로 들어오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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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체감하는 변화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의 일상 침투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삼성전자가 선보인 AI 내장형 스마트폰 '갤럭시 S24'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클라우드형 AI'가 주는 보안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대법원은 오는 9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오픈하면서 유사 사건의 판결문을 추천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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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체감하는 변화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의 일상 침투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삼성전자가 선보인 AI 내장형 스마트폰 ‘갤럭시 S24’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사용자 개개인이 자신에게 걸맞은 AI 기술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갤럭시 AI의 최종 목표”라고 했다.
이와 같은 ‘온디바이스(내장형) AI’ 시대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도 예고됐다. ‘클라우드형 AI’가 주는 보안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유일한 진입 장벽은 낯선 기술이 아니라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뿐일지도 모른다.
공공부문의 AI 활용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9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오픈하면서 유사 사건의 판결문을 추천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유무죄나 양형 결정은 최종적으로 판사의 몫이지만 준비시간을 크게 단축해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교육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됐다. 교육부는 내년 3월 ‘AI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있다. 향후 5년 내 AI 교과서를 갖고 개인별 맞춤 학습을 하게 되면 교실 풍경은 물론 교사의 역할 또한 완전히 달라질지 모른다.
문제는 이처럼 눈에 띄는 변화의 물결 아래 무수한 논란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당장 AI 교과서만 하더라도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에서 생성되는 학습 데이터를 AI 교과서 제작업체에 제공한다는 대목부터 걸린다. 교육부는 공교육 분야에 한정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정보 사용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대법원의 재판 관련 AI 서비스 또한 마찬가지다. ‘리걸테크’가 활성화된 프랑스 등 국가에선 법원 판결을 기초자료로 활용해 민간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등장하면서 첨예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자동화에 초점을 둔 AI 기술의 상용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불평등을 심화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이미 해외에선 AI 기술을 비롯해 각종 기술의 발전이 기존 권력을 국가, 정부로부터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이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런 아세모글루 MIT 인스티튜트 교수는 사이먼 존슨 MIT 교수와 함께 쓴 책 ‘권력과 진보’에서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역사적 쟁투를 나열하며 우리 시대의 낙관을 ‘AI 환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테크놀로지 방향 설정의 기회가 남아 있다며 지금처럼 기술력을 독점한 테크놀로지 리더들에게 맡길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비전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기업은 물론 노동계, 시민사회계 역시 관련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아울러 각종 규제, 조세, 보조금, 의제설정 등을 통해 기술 진보의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는 정치권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21대 국회는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하나를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해외에선 AI 규범과 규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나 국회의 의미 있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공천 작업이 시작됐지만 과거의 유령과 싸우느라 미래 어젠다를 말하는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과연 22대 국회에서 각종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한국 사회의 공유된 이득으로 만들어낼 비전을 제시할 의원을 만날 수 있을까. AI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가 체감되는 현실이 반갑기만 하지는 않은 이유다.
김나래 사회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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