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수업 데이터’, 사교육업체에 고스란히 넘어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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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학교에서 학생이 공부하고 교사가 지도한 기록이 사교육업체로 넘어가게 된다.
교육부가 도입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 교과서)가 학교 교실과 사교육을 잇는 매개가 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습 진도가) 떨어지는 학생에게 수업을 맞추면 잘하는 학생에겐 무의미하고, 잘하는 학생에게 맞추면 나머지는 잔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원인"이라며 "교사와 AI가 협력하는 교실에선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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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제작사와 데이터 무상 공유
교육부,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해
내년 3월부터 학교에서 학생이 공부하고 교사가 지도한 기록이 사교육업체로 넘어가게 된다. 교육부가 도입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 교과서)가 학교 교실과 사교육을 잇는 매개가 되는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를 지닌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사교육에 무상 제공하는 특혜로도 볼 수 있는데, 별다른 공론화 과정 없이 정부와 업체끼리 추진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22일 “학교의 학습 데이터를 개별 AI 교과서 제작사에 제공할 뿐 아니라 데이터를 모아 다른 AI 교과서 제작사와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개념, 자주 틀리는 문항 유형, 문항별 소요 시간 같은 정보가 사교육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AI 교과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런 내용은 부각하지 않고, AI가 공교육 혁신을 이끌 것이란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AI 교과서는 내년 3월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교과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초3 이상 전 학년 주요 교과로 확대될 예정이다.
AI 교과서 도입 명분은 공교육 혁신이다. AI 교과서는 일종의 개인교사 개념으로, 학생들은 저마다 진도와 수준에 맞춰 AI와 공부하게 된다. AI가 문제를 내주기도 하고 개념 정립에 도움을 주는 콘텐츠도 추천해준다. 교사는 AI가 분석해 제공하는 학습 활동 상황을 들여다보고 맞춤형 지도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습 진도가) 떨어지는 학생에게 수업을 맞추면 잘하는 학생에겐 무의미하고, 잘하는 학생에게 맞추면 나머지는 잔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원인”이라며 “교사와 AI가 협력하는 교실에선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희망 사항일 뿐이란 반론도 있다. 일단 AI 교과서가 학생의 개별 학습을 이끌 수준까지 구현될지 미지수다. AI 교과서가 잘 나오더라도 교사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교육부가 대규모 교사 연수를 준비하고 있지만 기존 수업 방식에서 탈피하는 교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입시에 신경써야 하는 중·고교생은 ‘시간 낭비’로 보고 외면할 수 있다.
사교육만 혜택을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형 입시학원이든 에듀테크 업체든 사교육 시장에서 데이터는 곧 돈이다. AI 교과서 업체들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손에 쥐게 된다. 교육부는 학습 데이터가 공교육 활성화 외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놨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배포된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에는 “(학습) 데이터를 개발사 사교육 서비스에 활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로그 기록이 남지 않는 간접 활용 방식은 열려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생들이 취약한 부분을 분석해 오답이 빈번한 문항이나 시간을 많이 쓰는 문항만 경쟁력 있는 유료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데이터가 넘어가면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사교육의 몫”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AI 교과서 제작 참여 업체명도 ‘교과서 검정의 공정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정보 제공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기 초) 학생·학부모 동의 절차는 있을 것”이라며 “동의하지 않는 학생 수업을 어떻게 할지는 검토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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