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호르몬 불균형 인해 발생… 마약·근육 강화제 오남용 경계해야
멍울·통증 등 증상… 16살쯤 사라져
6개월 이상 관찰·상담… 수술 판단
과체중·비만에 의한 ‘가성 여유증’
다이어트 개선, 지방흡입도 고려
유두 함몰 등 다른 유방질환 의심을
A군(19)은 중학생 때부터 가슴이 봉긋하게 솟는 ‘여성형 유방증(여유증)’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사춘기 이후 자연적으로 없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수능시험이 끝난 뒤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여유증은 대개 사춘기가 지나면 사라지지만 성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약 20%에 달한다. 이럴 땐 원인을 파악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A군 역시 첫 진료 후 한동안 경과를 지켜봤지만 큰 변화가 없자 의사와 상담을 거쳐 지나치게 발달한 유선(젖분비샘) 제거 수술을 받기로 했다.
방학을 맞아 일선 유방외과나 성형외과 등에 A군처럼 여유증으로 고민하는 남자 청소년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있다. 여유증은 남성의 가슴에 유선과 지방이 발달해 여성의 유방처럼 커지는 증상이다. 실제 유선 조직이 증식돼 나타나는 ‘진성 여유증’과 비만으로 과도한 지방 축적이 원인인 ‘가성 여유증’이 있다. 가성 여유증이라도 작은 크기의 유선이 관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흔히 ‘혼합형 여유증’으로 불린다. 이 경우 초음파 검사로 유선 크기를 파악해 수술 등 향후 치료 계획을 세운다.
청소년의 스트레스를 고려해 부모가 먼저 자녀의 수술을 제안하는 경우도 적잖다. 다만 10대는 아직 성장이 멈추지 않았을 수 있으므로 가슴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여유증으로 병원을 찾은 남성은 2022년 3만1133명으로 2018년(1만9565명)보다 59.1% 증가했다. 여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아이디병원 신인석 유방외과 전문의는 22일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마약 및 약물 오남용 등에 의한 호르몬 불균형으로 실제 여유증이 증가한 이유도 있겠으나 치료 목적의 여유증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과거보다 수술 건수가 늘게 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유증의 일반적 원인으로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유방 자극 작용과 안드로겐(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억제 작용 사이 불균형이 꼽힌다. 고환이나 부신, 뇌하수체의 종양 등 특정 질환이 에스트로겐의 과생성 혹은 안드로겐의 분비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또 고칼로리·고지방식을 빈번히 하면 ‘방향족화(인체 내 생화학적 과정)’에 따라 에스트로겐 생성이 증가하면서 유방 조직의 발달을 가속한다.
환경 호르몬을 유발할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에스트로겐 유사 성분이 풍부한 대두·견과류, 오일류 등도 여유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상이 있는 사람은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또 간 기능이 떨어지면 간에서 호르몬 대사의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음주는 피해야 한다.
특히 여유증을 부르는 약물을 경계해야 한다. 호르몬제제나 심혈관계 약제, 궤양 억제제, 항생제, 이뇨제, 정신과 약물, 탈모약 등을 장기 복용하는 과정에 여유증이 나타나면 즉시 주치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신 전문의는 “최근 사회 이슈화된 마약류나 근육을 쉽게 만들기 위해 의사 처방 없이 복용하는 건강보조제 중 일부, 과도한 벌크업(덩치 키우기)을 위해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 등도 여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오남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성 여유증은 시기적으로 영아(첫 돌 전), 사춘기, 노년에서 겪는다. 갓난아기의 60~90%에서 여유증이 발생하는데, 이는 엄마 뱃속에서의 에스트로겐 자극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 없다. 출생 후 2~3주 안에 유방 조직이 점차 퇴화한다.
진성 여유증은 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해지는 사춘기 초기에 대부분 발생한다. 이 시기 소년의 30~70%가 겪는다. 고려대구로병원 김우영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보통 10~12세 때 시작해 13~14세에서 최대 빈도(14세에서 65% 발생)를 보이고 호르몬의 균형이 이뤄지면서 점점 감소해 16~17세에 자연스럽게 증상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호르몬 불균형 시기가 길어지거나 또 다른 원인이 있을 땐 오래 가기도 하며, 1년 이상 유지되면 사춘기가 끝나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영구적으로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김 교수는 “영아기를 제외하고 10세 이전에 생기는 여성형 유방은 드물며, 만약 이때 증상이 있다면 ‘내분비 종양’을 의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성인 남성에서 여유증 유병률은 24~65%로, 나이 들수록 증가해 50~80세에 최대 빈도를 보인다.
가성 여유증은 과체중·비만 남성에게 흔히 볼 수 있으나 체중 감량과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만율이 계속 느는 추세여서 가성 여유증도 증가세일 것으로 추정된다.
신 전문의는 “진료실 환자를 보면 10대는 사춘기를 지난 고교생이 많다. 자연 소실되지 않은 여유증 때문에 수치심으로 원활한 교우 생활이 힘들고 자신감을 느끼지 못해 생긴 스트레스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통증과 압통을 호소한다”면서 “미성년자는 바로 수술을 권유하지 않고 6개월 이상 관찰 기간을 통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충분히 상담 후 수술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은 20~40대가 대부분이며 과거 사춘기 때 별거 아닌 거로 넘어갔으나 오래 방치되며 스트레스를 받던 사람들로, 간헐적으로 통증이 동반돼 병원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진성 여유증은 가슴에 통증이나 눌러서 아픈 증상이 있고 엄지와 검지를 젖꼭지 양쪽 경계부에 놓고 점차 모아 보면, 유두·유륜복합체(젖꼭지 아래)에서 고무처럼 단단한 양상의 원반 모양 유선 조직이 만져진다. 김 교수는 “단단한 조직이 없으면 가성 여유증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가성 여유증은 비만 치료와 다이어트로 증상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노력에 실패하면 지방흡입술도 고려할 수 있으나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단단한 조직이 양쪽 가슴의 유두 아래에 있지 않고 한쪽 가슴의 바깥쪽으로 치우쳐서 만져지거나 피부 위축, 유두 함몰, 젖꼭지 분비물, 겨드랑이 혹 등이 동반된다면 남성도 유방암이나 다른 유방질환(유방염, 신경섬유종, 유피낭, 지방종, 혈종·림프관종 등)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우 김수미와 아들 수 억원 횡령 혐의로 피소돼
- ‘金딸기’ 절도범, 잡고 보니 이웃…“바구니당 5만원에 팔아”
- ‘여친 성폭행’ 사주한 쇼핑몰 사장… 처벌은 징역 4년
- 정부 “단통법 폐지할 것… 대형마트 의무휴업도 없애”
- “발달장애아 왜 낳았노”… 부산 북구청장 막말 논란
- 죽도로 때리고 “해부하겠다”…동물 학대 유튜버 논란
- 적설량 81㎝, 사망자 80명 넘었다… 북극으로 바뀐 美
- 한겨울 골목길서 성폭행 후 방치…같은 학교 남학생 체포
- “흡연·실업보다 큰 ‘무주택 스트레스’… 노화 앞당긴다”
- “생활고 때문에”... ‘세 자녀와 극단선택’ 부부 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