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육원은 아이들이 꿈꾸는 곳이다

2024. 1. 2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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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보육 관련 시민단체 대표가 "보육원은 성폭행이 문화였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했다.

무엇보다 과거 보육원에서 있었던 성범죄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대표의 주장은 많은 이들을 좌절시키는 것이다.

다만 해당 인터뷰가 특수한 상황을 지나치게 일반화함으로써 보육원을 떠난 이들이나 머무르고 있는 아동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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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남 한국고아사랑협회장


최근 한 보육 관련 시민단체 대표가 “보육원은 성폭행이 문화였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했다. 그 대표가 보육원에서 30여년 전에 겪었던 내용들이라고 했다.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자칫 과거 일들이 모든 곳에서 있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지 우려된다. 일종의 성급한 일반화 오류다.

성폭행은 당연히 처벌돼야 할 범죄다. 그러나 마치 보육원 한 아동이 과자를 하나 훔친 일을 두고 보육원의 모든 아동이 과자를 훔친 것처럼 오인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보육원에 있었던 이들 전체가 가해자이거나 피해자로 막연히 오해되는 것이다.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듯 과거에도 보육원마다 사정이 다 달랐다. 어떤 보육원은 20~30명이, 다른 보육원은 3~4명이 한 방에서 생활했다. 대표 개인의 경험이 모든 보육원에서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또 현재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잠정적 가해자와 피해자로 보는 시각이 퍼질 수 있다. 지금은 사회 전체의 성인지 감수성이 매우 높아졌다. 보육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보육원은 아동 인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보육원의 폐쇄성으로 인해 성범죄 등에 노출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이것을 막기 위해 보육원 종사자와 외부의 시민단체, 국가기관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보육원에서 있었던 성범죄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대표의 주장은 많은 이들을 좌절시키는 것이다. 보육사 등 다수 보육원 관계자들은 그동안 아동을 돌보기 위해 헌신했다. 내가 아는 한 보육사는 24시간 아이들과 먹고 자다가 주말에 집에 가게 되면 아이들이 눈에 밟혀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또 어떤 보육원장은 은퇴 후에도 아이들에게 찾아올 곳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재를 털어 집을 짓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성범죄가 있었다면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도록 돕고, 보육원 등 관계기관은 적극 협조해야 한다. 범죄를 단죄하는 것은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하는 최소한의 절차다. 나아가 이들이 이런 아픔을 딛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해당 인터뷰가 특수한 상황을 지나치게 일반화함으로써 보육원을 떠난 이들이나 머무르고 있는 아동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해당 단체 대표의 인터뷰로 많은 보육원 퇴소인들의 어깨가 움츠러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에 바르게 뿌리 내리기 위해 성실히 생활하고 있다. 그 윗세대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역할을 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보육원에서 자란 이들이나 자라고 있는 아동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기 바란다. 지금 보육원에서는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아이들을 아끼는 보육사도 아주 많다.

이성남 한국고아사랑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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