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한 갈등에 흔들리는 여권… 공멸의 길로 가려는가

2024. 1. 2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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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고 직접 밝혔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 위원장이 한 달도 안 돼 윤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며 혼란에 빠진 것이다.

대통령실도 당과의 관계를 가능한 빨리 수습하려 한다.

그렇기에 이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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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고 직접 밝혔다. 야당으로부터 당무 개입이라는 비난까지 받게된 윤석열 대통령은 예정된 민생토론회 참석을 돌연 취소했다. 갑작스러운 내홍에 여권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 위원장이 한 달도 안 돼 윤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며 혼란에 빠진 것이다. 갈등이 계속된다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지리멸렬할 공산이 크다. 공멸의 길로 가려는 게 아니라면 신속히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문제삼은 것은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이다. 한 위원장은 당내 공천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채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발표했다. 그는 프랑스혁명으로 폐위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거론하며 명품백을 받은 김 여사의 사과를 주장했고, 대구·경북 출신 당내 의원들을 강하게 비난해 반발을 샀다. 이렇게 갈등을 유발하는 인사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며 공천을 주겠다고 공언하는 건 부당하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하지만 사천 논란은 빌미일 뿐이다. 배경에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갈등이 있다. 함정에 빠진 피해자가 사과할 수는 없다는 강경론과 함정과 별개로 명품백을 받은 사실만큼은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보면 김 여사 문제도 또다른 빌미에 불과하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결국 공천일 수밖에 없다. 한 위원장이 3선 이상 중진 의원 15% 감점룰을 발표한 뒤 당은 크게 요동쳤다. 기득권을 가진 영남권 현역 의원들과 윤심(尹心)에 기대 여의도에 진입하려는 정치 신인 모두 불만을 쏟아냈다. 이런 불만은 공천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한 한 위원장에게 향했고, 사천 논란과 김 여사 사과 문제가 겹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공천과 당내 경선 등 정치 과정에서 촉발된 갈등은 정치력으로 풀어야 한다. 김 비대위원은 자신의 지나친 발언을 사과했고, 반발하던 대구·경북 의원들의 모임은 취소됐다. 대통령실도 당과의 관계를 가능한 빨리 수습하려 한다. 그러나 일시적 봉합은 결코 해소가 아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한 위원장과의 대립뿐 아니라 김 여사 문제까지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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