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부동산PF 부실과 부동산 불패신화

2024. 1. 2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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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어려움을 겪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대와 다르게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부동산 시장이 꺾이고 사업성이 낮아지자 대규모 부실 사태로 이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만 빠르게 회복된다면 현재의 부실이 일시에 해결된다고 기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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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어려움을 겪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깝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부동산 개발 사업이 좌초되면서 2012년까지 100대 건설사 가운데 21개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었다. 자금을 대출해준 저축은행들이 연쇄 부실의 늪에 빠져 104개에서 79개로 구조조정된 것도 이때다.

부동산 PF 부실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한국 부동산 PF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시행사들은 자기자본이 기껏해야 총 사업자금의 10% 수준에 불과해 토지매입금 대부분을 대출로 조달한다. 그런 다음 미래 건설될 건축물이나 사업성을 담보로 대출받아 토지매입금 대출을 갚고 건설을 시작한다. 건설 사업만을 보고 대출(PF 대출)해주는 금융회사 처지에서는 미래 사업성이나 가치를 힘들게 분석하기보다는 든든한 보증인을 요구하는 것이 더 쉽고 안전하다. 통상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시행사보다 자본력과 신용도가 높기에 지급보증 등을 금융회사에 제공하고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순조롭게 선분양이 이뤄지면 확보된 자금으로 대출을 갚거나 사업비로 활용한다. 그런데 미분양, 사업성 악화 등으로 이 같은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PF 대출이 부실화되고 결국에는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가 이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경우에도 지급보증 규모가 9조~10조원에 이른다는 게 시장의 추산이다.

외국은 다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시행사의 초기자본 비율이 총 사업금액의 30% 안팎, 토지매입 시 대출 비율은 40% 수준이다. PF 대출 시에도 금융회사나 보증회사들이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등 건설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선분양 비율이 높지 않아 채권단은 유사시 준공 후 담보물 처리를 통한 자금 회수에도 어려움이 없다. 이를 참고해 우리도 시행사의 자본요건 강화, 재무적 투자자 참여 유도, 선분양 비율 축소 등을 통해 부동산 PF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구조개선만으로 재발이 방지될 수 있을까. 근본적인 문제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바로 우리 사회에 넓게 퍼져 있는 ‘부동산 불패’, ‘부동산 대박’ 신화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 하에서는 작은 자본금으로 연쇄적인 대출을 활용해 엄청난 이익을 남기는 구조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부동산 PF들도 불과 2~3년 전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에 혹해 미래 전망이나 사업성에 대한 분석 없이 우후죽순처럼 추진된 것들이다. 기대와 다르게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부동산 시장이 꺾이고 사업성이 낮아지자 대규모 부실 사태로 이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만 빠르게 회복된다면 현재의 부실이 일시에 해결된다고 기대할지 모른다. 일각에서 금리 인하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부동산 PF 부실에 대응해 이 같은 정책을 활용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한 ‘부동산 띄우기’는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을 더 굳게 해 미래에 더 큰 부실 위험을 키우는 미봉책일 뿐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통해 흔들림 없이 추구해나가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 안정 성장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고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향후 PF 부실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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