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부터 장애인 접근 쉬운 환경 만들면 어떨까요”

유경진 2024. 1. 23. 03: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비장애인 벽 허무는 선천성 뇌성마비 유한영 목사
유한영(오른쪽 세 번째) 목사가 지난해 3월 경남 양산에서 열린 독서모임을 마친 뒤 위드애인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한영 목사 제공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유한영(45) 목사의 왼쪽 다리는 오른쪽보다 10㎝ 정도 짧다. 과거에는 지팡이에 의지해 걸었지만 지금은 휠체어가 그의 다리나 다름없다.

살기 위해 목회자의 길로

유 목사는 유난히 몸이 약했다. 어렸을 때는 해마다 잔병치레를 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결핵에 걸려 자퇴를 했고, 20세가 되던 해 여름에는 내뇌혈종 진단을 받았다. 그의 뇌 속엔 아직도 1cm의 혈종이 있다. 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그는 편마비를 얻었다. 생사의 고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달 후 폐렴에 걸려 40일가량 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동시에 그가 하나님 앞에 완전히 무릎을 꿇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유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살기 위해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털어놨다. 그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에 하나님과 부모님 원망을 많이 했다”며 “‘왜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냐’며 불평불만도 해봤다. 하지만 결국 내가 존재하는 이유도 하나님으로부터 온것임을 받아들이고 나면서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유 목사는 현재 부산 세대로교회(가정호 목사)에서 동사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경계 허문 독서 모임의 힘

유 목사는 2022년 3월 ‘위드애인(with愛人)’이라는 이름의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장애인과 함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어 보자는 취지에서 이 모임을 기획했다. 매주 수요일 모이는데 비장애인과 장애인 등 15명쯤 참여한다. 많을 때는 20명을 넘긴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만 있다면 자격조건은 충분하다.

모임에 참석하는 장애인들은 편마비 절단장애 언어장애를 동반한 뇌병변 장애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이 모임에서 ‘리더 유’로 불린다. 그도 모임에서만큼은 목회자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평범한 장애인으로 돌아간다. 그는 모임을 위해 매주 직접 읽을 책을 고르고 발제문을 준비한다.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지만 유 목사는 “자신이 수고함으로서 다른 이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장애인을 위한 예배의 자리

유 목사는 이런 모임이 교회 안에서도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했던 차별은 사회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2020년 7년간 몸담았던 장애인 교회를 사임한 후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교회에 채용되지 않을 것을 미리 걱정해 이력서조차 내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앞서 걱정을 했던 배경에는 장애인 사역자와 장애인을 위한 예배 자리의 부재가 있었다.

유 목사는 만나는 목회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교회 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돌아온 대답은 그를 무기력하게 했다. “많은 한국교회에는 장애인이 교회 내 없다는 이유로 편의시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교회와 목회자들은 장애인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들지 않는다고 답하지만, 역으로 장애인 사역자들을 위한 자리가 없기 때문에 교회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교회 내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장애인이 겪는 차별과 불편함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휠체어에 의존해 곳곳을 다닌다. 목소리의 한계를 절감한 것이다. 유 목사는 “관심 있는 모임이나 예배가 있으면 휠체어를 타고 직접 참석한다”며 “목소리만 내기보다는 나와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역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힘든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교회부터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름을 이해하려면 서로 부딪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로 마주하지 않으면 무엇이 다르고 불편한지 절대 알 수 없죠. 교회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장애인 목회자들을 강단에 세워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바랄 게 없어요.”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