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해서 개척했는데… 작은 교회 직격탄 줄줄이 문 닫아
<2> ‘교회 강타’ 축소사회 ③ 코로나가 쏘아올린 목회 그림자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모이는 데 힘써야 하는 교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감염병 확산방지를 이유로 교회 문은 폐쇄됐고 온라인 예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교회에 가지 않아도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사인은 교인들의 주일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교인 중에는 팬데믹 종식 후에도 모이는 예배와 온라인 예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종로구의 A교회 B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 전 교세를 거의 회복했고 헌금도 늘었다”면서 “비대면 기간에 교회에 나오지 못했던 안타까움에 대한 보상심리로 회복세가 빨랐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세가 회복된 교회가 적지 않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통계가 제시하는 현실은 분명한 감소세를 보여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백석·고신·합신 총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등 6개 장로교단은 2019~2021년 사이 전체 교인 가운데 7.3%(55만여명)의 교인이 줄었다. 수치상 매일 740명을 웃도는 교인이 이 기간 교회를 떠나면서 25만명 수준의 교단 2곳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축소사회 여파로 절대 인구는 물론 교인까지 줄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가 교인 감소를 더 부추긴 셈이다. 다만 최근 조사에서 예장합동 총회와 기독교한국침례회가 각각 5만9151명, 8536명의 교인이 늘었지만 이외 교단의 감소세는 뚜렷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도 마찬가지다. 기감은 2020년 이후 10만명 가까운 교인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감의 최신 통계인 2022년 말 교세 현황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교인은 120만3824명으로 코로나 초기인 2020년(130만2968명)보다 9만9144명 줄었다. 기감은 2012년(158만5503) 이후 10년 동안 해마다 교세가 줄고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많은 교인은 도대체 어느 곳에서 줄어든 것일까. 교회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는 규모가 작은 교회에 더욱 큰 충격파를 던졌다. 최근 십자가를 내리는 교회들이 알음알음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경기도 용인에서 개척교회를 이끌던 C 담임목사는 코로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목회를 그만둔 뒤 지난해 취업전선에 나섰다. 그는 “‘영끌’을 해서 개척했는데 코로나로 꺾인 교세를 회복하지 못했고 현재 다음 목회를 준비하며 생계를 위해 직장을 구했다”면서 “나뿐 아니라 주변의 개척교회 목사님들도 여럿 교회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이전 교세를 회복했다거나 성장한 교회들은 대도시의 일부 중대형 교회들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경기도 파주의 D교회는 코로나 직전 개척한 뒤 제대로 된 목회를 하지 못하다 지난해 고양의 한 중형 규모의 교회로 흡수됐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합병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청빙 받았다. 코로나로 담임목회의 꿈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고령 교인들이 헌금 대부분을 내는 것도 교회들의 말 못할 고민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 E목사는 “온라인 헌금은 모두 ‘기명 헌금’이기 때문에 교인들이 평소보다 조금 더 내는 경향은 뚜렷하다”면서 “다만 감사헌금이나 십일조 등 고액 헌금은 50대 이상 연령층에 편중돼 있어 헌금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미지수이고 젊은 세대의 현장 예배 참여를 독려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실제 2022년 예장통합 총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0대 중 예배를 드리지 않는 비율과 온라인예배를 드린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18%, 32%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절반이 모이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엄습한 ‘축소사회’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교회의 미래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20년 사이 감소세 또한 기록적”이라면서 “교회가 축소사회로 접어든 걸 받아들이고 연착륙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긴 시간 교세가 줄어든 서구교회는 나름의 전략을 갖고 선교적 교회 같은 대안을 찾았다”면서 “우리도 높은 성장세의 기억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회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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